‘여성 1세대 조각가’와 ‘퀴어예술가’···김윤신·이강승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참가
302명 본전시 참여작가 명단에 한국 작가 4인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퀴어 역사와 예술’ 다뤄온 이강승
유영국·이성자·이배 특별전시도 병행
베니스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윤신과 이강승을 포함한 본전시 참여 작가 322명(팀)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북한 원산에서 태어나 1984년 아르헨티나의 넓은 대지와 굵고 단단한 나무에 매료돼 이주한 이후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40년간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던 작가는 지난해 구순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국내에서 재조명되며 최근 국제갤러리·리만머핀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김윤신은 나무와 돌 등 자연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펼쳐왔는데, 자연의 원시적 느낌과 강인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김윤신은 다음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니스비엔날레 참여는 처음으로, 김윤신의 작품세계를 국제무대에 재조명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승은 퀴어의 문화적 유산과 역사가 예술사와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을 둔 작업을 벌여왔다. 한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구·백인·남성·이성애 중심의 주류 역사에 잊혀지고 배제된 소수자의 이야기를 발굴해 예술로 엮어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색연필 드로잉, 금실자수, 태피스트리,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2023’ 후보 작가로 선정돼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가 진행 중으로, 이강승 작가의 신작부터 구작까지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작고한 이쾌대((1913~1965), 장우성(1912~2005)이 본전시 참여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60회를 맞는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은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르노사가 예술감독을 맡아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4월 20일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열린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기반을 둔 예술가 컬렉티브 클레어 폰테인(Claire Fontaine)의 동명의 조각 연작에 기인한 주제는 팽배한 외국인 혐오 현상과 개인이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환기시킨다. 이는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운 단체 ‘스트라니에리 오분케(Stranieri Ovunque)’의 이름을 차용한 문구이기도 한데, 우리는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만날 것이란 뜻에서 나아가 우리 역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관에서는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아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인다. 구정아는 ‘한국 향기 여행(Korean Scent Journey)’이라는 주제로 한국관 건물 전체에 한국의 다양한 면모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는 4월18일부터 9월8일까지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을 열고 1995년 첫 한국관 전시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 작가의 당시 전시작과 이를 재제작한 작품, 신작 등을 선보인다.
정병국 문화예술위 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세계화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한국관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한국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특별전 ‘마당’을 연다. 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백남준의 ‘고인돌’과 1회 대상 수상작인 알렉시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를 비롯,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던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도 함께 전시된다.
한국 추상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첫 유럽 전시도 16세기 지어진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린다. 유화 30여점을 비롯한 드로잉과 판화 등 100여점을 소개한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한국의 추상미술작가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도 열린다.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엄산을 운영하는 한솔문화재단은 빌모트재단과 함께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베네치아 빌모트파운데이션에서 연다.
이밖에 갤러리현대는 베네치아에서 신성희(1948∼2009) 개인전을 열어 ‘박음 회화’ 연작과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하고, 다국적 작가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는 ‘노마딕 파티’를 주제로 비엔날레 기간 전시와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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