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은 승인, 13개월은 탈락"…전세대출 갈아타기, 실효성 비판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시작된 29일 서울 종로구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 안정 방안에 따라 시행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을 저금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로 올해 대상은 2023년 1월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입양가구)이며, 구입 자금 금리는 1.6~3.3%, 전세자금은 1.1~3.0%가 적용된다. 특례대출은 일반 디딤돌·버팀목 상품과 동일하게 주택기금 대출 취급 은행(우리·국민·농협·신한·하나은행 5개) 및 기금e든든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2024.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세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대출 기간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소비자는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기간 제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상품 구조상 필요한 요건으로, 나머지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SGI서울보증은 당장이라도 기간 제약 없이 갈아타기를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HUG가 대출 기간에 제약을 두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시된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대출한 지 4~12개월이 된 차주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대출 후 3개월이 지났으나 전세 계약 기간의 절반은 남아 있어야 해서다.

엄격한 기간 요건으로 인해 갈아타기 대상이 되는 전세대출 규모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계약이 일반적으로 2년 단위로 이뤄지므로, 갈아타기가 허용되는 9개월(4~12개월) 구간에 있는 대출의 비중은 단순 계산 시 약 38%다. 다른 자격 요건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비중은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개시한 핀테크 관계자는 "기간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서 갈아타기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출 시행 후 4~12개월 구간에 있는 차주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기간에 제약이 생긴 이유는 HUG 전세대출보증 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HUG·주금공·SGI 등 3개 보증기관에서 보증받은 대출만 대상이 된다. HUG는 주금공·SGI와 달리 전세대출보증 상품을 내줄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상품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묶어 판매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은 전세 계약 기간의 절반이 경과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전세대출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함께 팔다 보니 갈아타기를 시행할 때도 이 기간 요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일단 제약이 큰 HUG 상품에 맞춰 대출 기간을 4~12개월로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HUG를 제외한 다른 보증기관은 인프라만 정비되면 대출 기간에 따른 제약 없이 갈아타기를 승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출 기간과 관계없이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UG 보증을 받은 차주가 갈아타기를 원할 때는 패키지로 판매하는 두 상품(전세대출보증·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차주가 많아 HUG가 기간 제약을 풀 수 있게끔 검토하고 있다"며 "갈아타기 시 반환보증과 대출보증을 반드시 같이 가져가야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지난달 31일 핀테크나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에서 개시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파트·오피스텔·빌라·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의 보증부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앱에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차주가 더 낮은 금리나 높은 한도로 대출을 대환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인프라를 마련했다. 대환대출을 원하는 차주는 기존 전·월세 보증금 대출과 동일한 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로만 갈아탈 수 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