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그림 속에 담은 기억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2.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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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잿빛 연기가 드리운 것처럼 스산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장 작가는 "화가가 재료를 바꾼다는 것은 한국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외국에 가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업 과정에서 수많은 작품을 버려야 했을 정도로 많은 고통이 따랐다"면서도 "2014년 첫 개인전을 열고 꼭 10년이 됐다. 나도 모르게 관성이 생기는 것을 떨쳐내고자 스스로 모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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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민 학고재 개인전
장재민 '깊은 웅덩이 끝'. 학고재 갤러리

화폭에 잿빛 연기가 드리운 것처럼 스산하다. 바위와 나뭇가지 사이로 잔잔한 물결이 보인다. 절제된 색을 통해 나타나는 붓 터치는 투명하게 중첩되고 제멋대로 뻗은 선들은 드러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서 그 어느 때인지 알 수 없는 순간순간들이 장면 하나에 켜켜이 쌓여 있다. 제목은 '깊은 웅덩이 끝'(2023). 언젠가 제주도 쇠소깍을 찾았던 작가가 어느 날 캔버스 앞에서 쇠소깍의 풍경을 떠올려 추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장재민 작가의 개인전 '라인 앤 스모크'가 오는 3월 2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100호 이상의 대작 7점을 포함해 회화 작품 총 22점을 선보인다. 장 작가의 개인전은 2020년 이곳에서 열었던 '부엉이 숲'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장 작가는 그동안의 표현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같은 풍경화지만 이번 전시작들이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 이유다. 새로운 도전인 만큼 작품의 전시 연출에도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났다.

우선 재료가 바뀌었다. 그동안 꾸준히 유화를 그려왔던 장 작가는 유채 물감 대신 아크릴 구아슈라는 수성 재료를 처음 썼다. 아크릴 구아슈는 유채 물감과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다. 일례로 유채 물감은 덧칠을 하면 그 아래 칠한 물감을 덮어버리지만, 아크릴 구아슈는 덧칠했을 때 은은하게 비쳐 투명한 듯 불투명한 수채화가 된다. 유채 물감에서 나타나는 광택도 없다. 붓질을 할 때의 마찰감 역시 다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장 작가는 "화가가 재료를 바꾼다는 것은 한국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외국에 가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업 과정에서 수많은 작품을 버려야 했을 정도로 많은 고통이 따랐다"면서도 "2014년 첫 개인전을 열고 꼭 10년이 됐다. 나도 모르게 관성이 생기는 것을 떨쳐내고자 스스로 모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은 특정 장소의 사진을 보고 풍경화를 그렸다면, 이번 작업은 오로지 상상에 의존해 그림을 그렸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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