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중간선 항로 일방 변경한 중국...'중간선 지우기' 살라미 전술?

조영빈 2024. 2.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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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 인근 민간 항공기의 비행 경로를 돌연 변경하고 나섰다.

대만과의 협상을 통해 설정한 이른바 '절충 항로' 대신 중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비행 경로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1일 대만 중국시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은 지난달 30일 밤 중국과 대만 양측 간 절충 항로를 취소하고 M503 항로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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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주장 M503 항로 다시 일방 선언
양안 간 군사 경계 '중간선' 무력화 시도
미국 CNN방송 기자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직접 촬영한 중국 전투기의 모습. CNN 캡처

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 인근 민간 항공기의 비행 경로를 돌연 변경하고 나섰다. 대만과의 협상을 통해 설정한 이른바 '절충 항로' 대신 중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비행 경로를 사용하겠다는 이다. 중간선 무력화를 목표로 한 '살라미(단계적 추진) 전술' 구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대만 중국시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은 지난달 30일 밤 중국과 대만 양측 간 절충 항로를 취소하고 M503 항로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사용되지 않고 있던 W122·123 항로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1일부터 적용됐다.

M503 항로는 대만해협을 남북으로 잇는 항로다. W122·123 항로는 M503 항로에서 중국 푸저우와 샤먼을 각각 동서로 잇는 항로다.

중국은 2015년 한 차례 이들 항로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대만이 강하게 반발했고, 양측은 협상을 통해 M503 항로에서 서쪽(중국 본토 쪽)으로 11㎞ 떨어진 절충 항로를 쓰기로 합의했다. M503 항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W122·123 항로 역시 자연스럽게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9년 만에 M503 항로 등을 사용하겠다고 다시 선언한 셈이다.

대만 해군 병사가 지난해 8월 대만해협을 지나는 중국 군함을 근거리에서 감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측 의도는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로 분석된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미국·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듬해인 1955년 미 공군 장군 벤저민 데이비스가 설정한 양안(중국과 대만) 간 비공식 경계선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약 2년간 중간선 진입을 늘리고 있었다. 군함·군용기가 중간선을 잠시 넘었다가 돌아가는 식의 작전 상시화였다. 이는 중간선의 군사적 경계선으로서의 의미를 조금씩 지우기 위한 살라미 전술의 일환으로 분석됐다. 대만 국민당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재단의 치에청 선임연구원은 SCMP에 "M503 항로와 대만해협 간 최단 거리는 7.8㎞에 불과하다"며 "중국군의 대만 공습 시 대만 공군이 대응할 시간이 그만큼 단축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만은 이번 발표에 반발했다. 대만 민항국은 "중국 측의 일방적 결정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의 책임은 모두 중국에 있다"며 "조속히 협상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도 성명을 통해 중국에 "이 같은 무책임한 항로 변경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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