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의회 배제 노력에도…미중 기업 간 '합종연횡' 지속
포드-CATL 합작공장 건설은 작년 정치권 조사 '역풍'
메타 광고 회복·주가 급등…“中 쉬인·테무 마케팅 덕분”
美의원 "쉬인·테무, 규정 악용…수입관세 교묘히 회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자국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국 기업간 협력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익을 좇는 민간기업 특성상 이해관계에 따라 손을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美정치권 ‘안보 우려’에도 中 CATL 장비 구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올해 네바다주 스팍스시에 신규 건설하는 ‘메가팩’용 셀 생산 시설에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유휴 장비를 구입해 설치할 계획이다. CATL의 장비를 이용해 메가팩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메가팩은 테슬라의 자체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이번 소식은 포드가 지난해 CATL과 미국에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가 정치권의 거센 역풍을 맞은 이후에 전해진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포드의 프로젝트 발표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CATL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국가안보 등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 포드는 미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으며 작년 9월 합작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투자규모를 기존 3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고용인력을 2500명에서 1700명으로 줄인 뒤에야 건설을 재개했다.
테슬라 역시 미 정치권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테슬라 내부 소식통은 “시설이 완공된 뒤 (CATL의 장비는) 테슬라가 완전히 통제할 것이다. 테슬라가 장비에 대한 비용 100%를 부담하기 때문에 CATL 직원들은 장비 설치를 돕는 것 외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미국 안으로 끌어오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유휴장비를 들여오는 방식인 만큼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기업인 메타 역시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의 주가는 2022년 초까지만 해도 주당 360달러 수준이었으나 연말엔 사상 최저 수준인 주당 90달러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 거시환경이 악화한 데다,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강화하며 맞춤형 광고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회복세를 보이며 3배 급등했고, 올해도 12% 오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대해 CNBC는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쉬인과 테무의 온라인 홍보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대규모 정리해고 등 비용절감 노력을 강화한 덕분도 있겠지만, 두 업체가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따라잡기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메타의 광고 매출 및 수익이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메타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수잔 리도 지난해 10월 실적발표 자리에서 “중국 광고주들이 다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려고 쓴 (광고) 비용 덕분에 메타 매출가 이익을 얻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JMP에 따르면 테무와 쉬인은 지난해 3분기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광고에 각각 6억달러, 2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메타 전체 광고 매출 증가분의 약 3%를 차지한다.
하지만 메타 역시 미 정치권의 규제 압박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미국 하원 중국전략경쟁특위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쉬인과 테무를 콕 집어 수입 관세 규정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 업체에 대해 “낮은 생산 비용을 앞세워 미국에서 수백만개의 상품을 팔아치우고 있다”면서 “800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배송품에 대해 수입 관세를 면제받고 있으며, (관련) 조사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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