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8일 아기 얼굴에 이불 덮은 채 방치…야산에 묻은 부모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생후 88일 된 아기 얼굴 위에 솜이불을 덮어 방치해 아이를 숨지게 한 후 야산에 묻은 부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는 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시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 선고 공판에서 30대 친부 A씨와 20대 친모 B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4월 광주광역시 한 모텔에서 생후 88일 된 자녀가 보챈다는 이유로 얼굴에 겨울용 솜이불 4겹을 덮어 놓고 방치했다가 사망하자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가 아이 얼굴에 이불을 덮은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숨진 아기의 시신을 전남의 한 야산에 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부는 출산 후 출생신고와 예방접종 등을 하지 않은 채 방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B씨 측은 방조범이라고 주장하며, “잠이 든 사이에 아이가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에 따르면 B씨가 겨울용 이불에 덮여 울고 있는 피해 아동을 약 10분간 지켜본 점, 아이가 숨을 쉴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지 않고 잠든 점 등이 인정된다”며 “당시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태어난 생명은 부모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라 자체로 존귀하고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특히 아동은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고 장래에 무한 성장의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보호자가 학대 범죄를 저질러 생명을 앗아간 범죄는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양육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보호 의무를 저버린 채 유기 및 방임했다”며 “출생 신고도 되지 않은 채 학대 당해 짧은 생을 마감한 피해 아동이 느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숨진 아기를 묻은 것으로 파악된 야산에서 수색 작업을 펼쳤으나, 결국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