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BC 하차’ 신장식 “원님재판 같은 방심위···행정독재 그만해야”
신 변호사의 일문일답
“정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이용해 사실상의 사전검열을 하는 겁니다. 헌법은 사전검열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요. 행정독재라고 봐야죠.”
신장식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하차 사유는 “MBC에 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앞서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뉴스하이킥에 연이어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법정제재 이상의 처분은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감점 사유다. 그는 방송을 계속할 경우 벌점이 누적돼 MBC 경영진 교체의 명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자진 하차를 결심했다.
신 변호사는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심위가 공정성과 중립성이라는 추상적 기준 뒤에 숨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방심위가 헌법 정신에 반하는 무리한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런 배경엔 윤석열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차 발표 이후 신 변호사가 직접 입을 연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갑작스러운 하차 발표였다.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가.
“지난주에 선방위가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2건을 연달아 의결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이 한 얘기가 충격적이었다. ‘진행자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안건은 계속 상정될 것’이라 했다. 벌점을 계속 누적시키겠다는 뜻이다. 관계자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 방송사는 제작진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게 돼 있다. 제작진 개인에게 불이익이 가는 데다 법정 제재가 누적되면 방송 재허가 심사 때 결정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경영진 교체 사유로 삼을 수도 있다. 단순한 논리적 가능성이 아니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가 폐지됐고 TBS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정권이 방송국 길들이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없앨 줄은 아무도 몰랐다. MBC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작동했다.”
지난해 12월11일 출범한 22대 총선 선방위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뉴스하이킥의 12월13일, 20~26일, 27일 방송분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패널 구성이 편향됐고, 신 변호사의 진행이 야당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관계자 징계는 과징금 부과 다음으로 중한 징계에 해당한다. 2008년 이후 19번의 선거방송심의에서 관계자 징계 처분이 나온 것은 이전까지 두 차례에 불과했다.
-MBC 압박이 처음은 아니지 않나.
“길들이기 방식이 바뀌었다. 원래는 ‘톱다운(하향식)’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MBC 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는데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억지 임명했던 여권 추천 이사는 오히려 직에서 물러났다. 거친 방식이 안 먹힌 거다. 권 이사장 임기인 올해 8월까지는 방송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집도 MBC에서 10분 거리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못 기다리겠는지, 특정 프로그램을 표적으로 민원을 넣고 방심위랑 선방위를 통해 중징계를 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시간이 걸리는 판결보다 행정 처분이 더 직격타다. 방심위 내 수적 우위는 이미 확보해놓지 않았나. 유효타를 날릴 방법을 찾아낸 거다.”
-하차와 관련해 MBC와 논의했나.
“당연히 상의했다. 방심위 징계를 보면 루틴이 있다. 보수 언론 단체가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민원을 넣으면 심의가 이뤄진다. 선방위원장이 민원이 계속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나. 그 예지력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MBC도 그렇게 봤다. 벌점이 누적될 거로 생각했고, 주말 동안 판단해 하차를 결심했다. 싸워야 한다는 입장은 같았지만 싸움 방식에 대한 견해는 달랐다. 나는 행정소송으로 징계 사안에 대해 건건이 다퉈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MBC는 뉴스하이킥만 방송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전면전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덩치가 큰 조직이 싸우는 방식과 프로그램 하나를 책임지는 진행자가 생각하는 싸움의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방심위는 뉴스하이킥이 공정성·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방송심의 규정에 나온 공정성과 중립성이라는 표현은 헌법보다도 더 추상적이다. 판단 기준이 없다. 헌법은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있고, 판례로 굉장히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방심위는 어떤가. 법률가 입장에서 봤을 땐 ‘원님 재판’으로 느껴진다. 무릎 꿇고 기어가서 최대한 낮은 자세로 소명하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들 기분에 따라 결정이 바뀐다. 아침에 나오실 때 전날 부부싸움 하지 않으시고, 차 밀리지 않으시고, 오다가 커피 흘리지 않으시고 좋은 마음으로 들어오시길 바랄 수밖에 없다. 전문성도 없다. 한 번은 방송소위에서 한 위원이 방송 내용을 들어보자 하더라. 심리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자료를 다 보고 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도 ‘미리 들어야 하는 것이니 듣는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 회의록을 보면 행정제재와 법정제재를 구분 못 하는 분들도 있다. 어떻게 공정성·중립성을 판단하겠나. 더 중요한 건 심의위원 구성의 편향성이다. 대통령이 야권 위원을 임명 안 해서 지금 여야 비율이 6 대 1이다. 선방위는 사실상 8 대 1과 다름없다. 시민단체 추천 몫이 있는데, 추천 단체가 다 바뀌었다. 사전검열 금지와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을 하위 법령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방심위 징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나.
“대통령이 합의제 행정기관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와 토론에서 설득력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최고결정자가 집행력을 행사하는 독임제를 선호한다. 방심위원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는 걸 보면 합의제 행정기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이 있는지보다 기소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검사식 사고방식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도 여러 논란에도 사퇴하지 않는다. 이 정도 방향성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가 축소됐다는 비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언론관’이 없고 ‘공보관’만 있다. 언론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공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보는 ‘내가 이걸 주면 저들이 이렇게 쓴다’는 관점이다. 선방위에서 패널 구성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했다. 당시 패널이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이었던 이언주 전 의원이었는데, 그를 두고 민주당 편향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 논리대로라면 민주당 한 명, 국민의힘 주류 한 명, 비주류 한 명을 섭외해야 기계적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건가. 토론과 의견 교환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없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은 아닌가.
“공무원이나 시사 방송 진행자들은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이미 기간이 지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뿐더러 생각도 없었다. 방송을 오래 할 수 있을 줄 알고 MBC 근처로 이사했다고 하지 않았나. 정의당에 복당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거취에 대한 고민은 있다. 유튜브를 할지, 어느 플랫폼에서 활동할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 중이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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