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보낸 대통령 설 선물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교회·성당 그려진 포장재 사용
비서실장, 조계종 찾아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설날을 맞아 각계각층에 보낸 명절 선물에 교회와 성당, 묵주를 든 여인 등이 그려진 포장재가 사용돼 불교계가 반발했다. 대통령실에선 이관섭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조계종을 찾아 사과 뜻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해 “선물 그림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할 의도는 없었다. 질병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선물포장에 한센인 그림을 담았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좀더 세심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통주 명절 선물과 대통령의 손글씨 메시지 카드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설 선물 전달 사실을 알렸다. 설 선물세트에는 차례용 백일주(충남 공주), 유자청(전남 고흥), 잣(경기 가평), 소고기 육포(강원 횡성)가 담겼는데, 불교계를 위해서는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를 대신해 아카시아꿀(충남 논산), 표고채(강원 양양)가 전달될 예정이라는 점도 밝혔다.
문제는 포장지에 그려져 있던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 작품이었다. 묵주를 든 여인, 교회, 성당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한센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설 선물세트 포장지로 해당 그림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개신교와 가톨릭계 신앙이 표현된 포장지를 받아 든 불교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보낸 선물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의 기도문도 첨부돼 있었다고 한다. 이날 이관섭 비서실장은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만나 “저희들이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많이 짧았던 것 같다. 결례를 용서해달라”고 했다. 진우스님은 “우리 종도(교도)들이 굉장히 좀 섭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렇게 해명을 해 주셔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기본적 종교 예법을 어긴 일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20년 황교안 당 대표 명의의 설 선물로 불교계에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조계종은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 스님의 육식을 금하고 있는데, 육류를 선물한 것은 결례였다.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조계종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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