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특수교사 대립과 무관" 주호민 몰래 녹음 정당했나[★FOCUS]

윤상근 기자 2024. 2. 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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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악성 민원"vs학부모 "아이 보호" 갈등 파장..A씨 "항소"
[스타뉴스 | 윤상근 기자]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1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4.02.01.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웹툰작가 주호민 부부가 아이를 통해 교사의 교육 과정을 몰래 녹음한 행동은 과연 정당했던 걸까.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은 1일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형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200만원 및 이수 제한 등의 명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이수명령,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주호민 부부가 아들을 통해 몰래 수집한 증거는 인정되며 일부 정서 학대 혐의는 유죄가 판단된다"라고 결론을 짓고 "맞춤 수업 과정에서의 짜증이 피해자 보호를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다만 수업 중 발언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고 실제 어느 정도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선처를 요청한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법 수집 증거의 경우 피해자 모친이 아들로 하여금 몰래 녹음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다만 여러 규정을 고려했을 때 위법성 여부가 존재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증거능력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될 부분은 정당 행위와 관련되는데 녹음 행위가 정당한지는 대법원 판례 요건 등을 조건 별로 참고해야 한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위해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볼수 있다"라고 전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CCTV 미설치, 지적 장애 학생만이 수업을 받고 있었고 피해자가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으로서 보호 대상이고 이 수업도 의무교육에 포함되고 수업 녹음을 통해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라며 "녹음 행위는 정당하므로 증거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쟁점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장애아동을 통해 교육 과정을 몰래 녹음해서 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을 위한 증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장애 아동 보호 차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거 수집이 인정된다고 본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당시 아이와의 교육에서 A씨의 문제가 된 표현을 지적, "어떤 행동이 고약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부정적 표현 인식도 됐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정적 표현의 대상이 자신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듣고 인지할 수 있었으며 혼잣말이어도 피해자 학대가 될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폐성 피해자에 부적절한 표현을 한 것이 피해자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의존도도 높았을 것이고 이 표현도 정신건강 발달 저해에 영향을 줄수 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재판은 주호민이 2022년 9월 자폐증 증상이 있는 아들 B군을 학대한 혐의로 A씨를 고소하면서 알려졌으며 당시 B군은 2022년 9월 5일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호민은 분리 조치 이후 B군이 평소와 달리 불안 증세를 보이자 B군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증거를 수집했고, A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호민의 이 해명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맞물려 교권 침해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이했고 주호민은 이에 대해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라고 재차 해명했지만 비난은 거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의 유죄 판결은 교권 침해로 비난이 거세진 가운데 또 다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날 수많은 학부모 등이 선고 결과를 지켜봤고 일부 학부모들은 재판부가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시를 하자 분통을 터뜨리고 직후에는 오열을 하고 고성까지 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몰래 한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특수 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라며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을 지켜본 주호민은 "자신의 자식이 학대가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라며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고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또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정말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그런 것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꼭 밝히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주호민의 이번 심경은 자신의 발달장애 아들이 아동학대 피해를 받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학부모와 교사 간 대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포인트였다. 다만 이를 두고서도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라는 교사들의 주장의 근거로 주호민 부부가 몰래 녹음한 행동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주호민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한 질문에는 "저희 부부가 어떤 굉장히 애정으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감싸온 헌신적인 특수교사의 밥줄을 끊는 그런 것으로 이제 비쳐져서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오늘 일단 오늘 판결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이나마 좀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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