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성큼…육체노동 없는 장밋빛 미래?

홍석재 기자 2024. 2. 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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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원’ 개발한 피겨AI에
MS 등 1억달러 투자 추진
머스크, ‘옵티머스’ 내년 출시
이미 인간 일자리 대체 사례도
미국 스타트업 피겨 에이아이가 개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원’의 모습. 피겨 에이아이 누리집

“인간이 채우지 못한 일자리가 미국에만 1천만개나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피겨 에이아이(AI)’의 누리집에 접속하면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언급하는 구호가 뜬다. 이어 자신들의 목표를 “자율적으로 일하는 휴머노이드 일꾼을 (일손이 부족한) 전세계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을 닮고 챗지피티(ChatGPT)처럼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피겨원’(figure 01)이 번잡한 육체노동 없는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이들이 공개한 1분21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피겨원’이 이미 놀라울 정도의 작업 능력을 갖췄음을 알 수 있다. 한 ‘인간’ 동료 작업자가 “캡슐커피 한잔 만들어줄래?”라고 요청하자, 망설임 없이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기계를 완벽히 조작해 커피를 완성해낸다. 이 과정에서 캡슐이 비뚤게 놓이자, 이를 인식하고 제자리에 다시 배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피겨 에이아이는 “피겨원은 오류를 바로잡는 능력을 스스로 학습한다”며 “인간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함께 안전하게 판단하고 학습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노동 시장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31일 챗지피티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OpenAI)와 이 회사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인 ‘피겨 에이아이’에 각각 500만달러와 9500만달러를 투자(총 1억달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피겨 에이아이는 이 두 회사가 투자한 1억달러를 종잣돈으로 최대 5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피겨 에이아이는 2019년 로봇개 ‘스폿’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지난해 7천만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19억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애드콕은 “휴머노이드가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제조·운송·물류·창고·소매업 같은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것”이라며 “로봇이 위험하고 힘든 일자리를 대신해 인간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이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개발 시장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2025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생크추어리 에이아이’도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손·발가락 등 몸 전체가 관절로 움직이는 ‘피닉스’를 개발 중이다. 노르웨이의 인공지능 로봇 스타트업인 ‘1X 테크놀로지 에이에스’도 가사도우미 로봇인 ‘네오’(NEO)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피겨 에이아이 누리집

휴머노이드는 이미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라인에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미국 액시오스는 지난 1월23일 베엠베(BMW)도 키 170㎝, 무게 60㎏ 규모에 두 다리와 다섯 손가락을 갖춘 휴머노이드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공장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비숙련 육체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고, 안보·치안 분야에 투입될 경우 인간에 위해를 가할 위험도 있다. 스튜어트 밀러 영국 국립로봇박물관 최고경영자는 비비시(BBC) 방송에 “(휴머노이드를 잘 활용하면)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기계가 잘하는 일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도 “몇가지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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