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반드시 의대 증원"…필수의료에 건보 '10조+α' 투입

박미주 기자 2024. 2. 1. 16: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보)정부, 필수의료 살리기 4대 정책 패키지 발표
의대 정원 확대, 지역필수의사제,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등 추진…비급여·미용 등도 손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정부가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필수의료 보상 강화에만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2035년까지 1만5000명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고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한다. 동시에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전제로 한 필수의료 형사처벌 특례 등의 카드를 꺼냈다.

고보상으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야기하는 비급여와 미용의료도 손을 본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혼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을 추진한다. 미용의료는 시술 자격을 개선해 의사의 쏠림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의사 외 직역에 미용의료 자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1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국민이 신뢰하고 의료인은 자긍심을 가지는 필수의료'를 비전으로 하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개혁 패키지다.

19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과 장시간 근무·고위험·저보상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이 필수의료 붕괴를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이 대책 추진 배경이다. 이에 의사 수를 늘리고 보상과 유인책을 강화하며 의료인력을 흡입하는 비급여·피부미용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위기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과 함께 생명과 기업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확대 추진… 의대 지역인재 상향·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등 도입
먼저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 2035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2025년부터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주기적 인력 수급 추계와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 증원 규모는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정원이 발표되면 상당히 반발하는 내용"이라면서도 "이번에 반드시 (증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없을 것이란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육 질 강화를 위해 교수를 확충하고 필수·지역 의료 수련을 확대한다. 충분한 임상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수련·면허체계를 개선한다. 현재의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를 축소해 수련환경 개선과 병원의 전문의 중심 운영 전환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책 가산 등 보상체계를 개선한다. 필수진료과 중심의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은 확대한다. 올해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데 이를 산부인과, 외과계 등으로 확대하고 지원금을 인상하는 안도 검토한다.

사진= 복지부

인력난 해소를 위해 기관 경계를 넘어 의사가 진료 현장으로 이동하는 공유형 진료체계도 확립한다. 진료보조인력(PA) 등과 관련해 합리적 업무범위를 재정립해 갈등을 해소하고,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도 검토한다. 캐나다의 경우 졸업 후 2년의 교육을 거쳐야 면허취득이 가능한데 이런 사례 등을 참고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에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부산대, 전남대 등 일부 대학에선 이미 입학정원의 80%가 지역인재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한다. 충분한 수입과 교육, 주거 등 정주 여건 보장 등을 조건으로 정부, 지역 필수의료기관과 장기근속 계약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의사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기존 공중보건장학생 제도와 다르다. 지자체·대학 등의 지역필수의사 확보 노력을 의대 증원 분 배정, 지역의료 재정지원 등에 반영하는 안이 검토된다.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국립대병원과 지역의 민간·공공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선정된 권역에 3년간 최대 500억원 지원)을 추진하고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분원 설치를 관리한다.

의료인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추진…비급여·피부미용 관리 강화
사진= 복지부
의료계가 요구해온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의료인의 소송·배상 부담을 완화하고 피해자에는 실효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필수의료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도 검토한다. 필수의료과와 전공의 등에 관련 의료 책임보험료를 지원하는 안도 마련한다. 실효적 손해배상과 보험료 적정화, 피해자 소통·상담, 안전관리 지원을 위한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설립도 추진한다.

특례법 도입 전에는 수사·처리 절차를 개선해 의료분쟁 조정·중재를 적극 활용하고 피의자 측의 소명기회도 부여한다. 불필요한 의료인 소환조사를 자제하도록 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 감면 규정을 적극 적용한다. 무과실 분만사고 피해자에 국가가 보상금을 100% 지원하는데 지원 한도를 높이고, 소아 진료 등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도 보상금 지원을 검토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올리고 의료비용 분석조사를 개선해 보상 불균형을 조정한다.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해 필수의료 보상을 늘린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중증·필수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에 '혁신계정'을 신설해 관련 기관의 적자를 사후에 보전할 방침이다.

건보재정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기존에 준비금·적립금이 어느 정도 한 24조원 가까이 적립돼 있고 또 2022년, 2023년 계속 당기수지 흑자 수준이 3조원 이상 됐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진= 복지부

비급여 관리체계도 확립한다. 의료체계 왜곡을 방지하고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수치료, 백내장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병행되는 급여진료의 건강보험 청구를 금지하는 안도 추진한다. 혼합진료 금지다. 비급여 진료를 모니터링하고 주기적 의료기술을 재평가해 문제 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제외해 사용 불가토록 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진료의 과잉보상을 유발하는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제도화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의료 분야도 손을 본다. 사회적 논의 등을 거쳐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박민수 차관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의사가 아닌 타 직종이 자격을 취득한 경우 미용시술 중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참고해 향후 제도를 개선할지 등을 특위 과정 논의를 통해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단기 추진 과제는 조기에 집중 추진하되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 실천 로드맵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다. 1년간 한시 운영하는 특위에서는 의료사고 특례 쟁점, 비급여 제도 개선, 수련·면허 개편, 지역필수의사제, 지역의료기금 등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곧 발표할 예정인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서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개혁의 이정표는 오직 국민"이라며 "국민만 바라보고 담대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