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란물 사이트에 FBI 광고가 뜨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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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 미 연방수사국(FBI) 채용 공고가 뜨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대상인 이란 철강 기업 홈페이지에 미 육군 광고가 버젓이 실린다.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맞춤형 광고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디지털 광고 분석 업체 애덜리틱스(Adalytics)에 따르면, 구글의 맞춤형 광고가 게재되는 웹사이트 중에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 미국 제재 대상 기업이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까지 포함돼 광고주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광고는 웹사이트나 스트리밍 콘텐츠 등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마케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포르노 사이트에 美 정부 광고?
애덜리틱스는 최근 720만개 웹사이트를 조사해 불법 사이트 수천곳이 구글과 광고 호스팅(임대) 계약을 맺고, 수익을 공유한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고주 입장에선 구글 탓에 평판 리스크는 물론 위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요지경 광고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례는 다양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한 교량 설계 회사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지역 관련 재산 거래 금지’ 제재를 받았지만, 홈페이지의 광고 공간에는 미국 조폐국 광고가 뜬다. 또 다른 음란물 사이트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모금 캠페인, 미국 민주당 입법캠페인위원회, 영국 정보부 MI6, 벨기에 국방부는 물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사 검색 광고가 실린다. 사용자가 불법 퇴폐 음란물 사이트를 방문해 아무 곳이나 클릭하면 별도의 팝업 창이 열리면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학생 구독 할인’ 검색 결과가 뜨는 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FBI, 재무부, 비밀경호국의 광고가 러시아와 이란 웹사이트에서 발견되는 등 정부 기관이나 주요 기업의 광고가 부적절한 웹사이트에서 잇따라 발견됐다”며 “2230억달러(2022년 기준)에 이르는 수익을 내는 구글 광고 사업에 대한 감독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 탕 유럽의회 의원은 “구글 광고 알고리즘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물어야 한다”며 “제재 대상인 러시아·이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갔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구글 알고리즘을 좌우하는) AI가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에 직면했다”고도 했다.
◇담장 넘나드는 구글 광고 유니버스
세계 최대 마케팅 기업 WPP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9.2% 성장한 6170억달러(약 823조원)를 기록했다. 구글은 이런 거대 시장의 39%를 점유한다. 광고 수입도 급증세다. 2016~2022년 글로벌 최대 디지털 광고 플랫폼 회사인 구글·메타·바이트댄스(틱톡)·알리바바·아마존의 디지털 광고 수입은 연평균 25.4%씩 성장해왔다.
구글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퍼포먼스 맥스’라는 AI 활용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하지만 정작 광고주에게는 광고가 노출되는 웹사이트 정보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로라 에델슨 미 노스이스턴대 교수(컴퓨터과학과)는 “구글은 문제가 된 사이트들을 찾아낼 수 없게 할 정도로 무엇인가 깊게 망가져 있다”며 “광고주들은 평판을 지키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구글에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애덜리틱스는 “구글은 정책을 위반한 웹사이트는 광고 검색 네트워크에서 삭제한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은 방치돼 있다”고 했다.
미 의회에서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크 워너 의원은 “지난 8년간 디지털 광고 플랫폼이 사기 행위로 가득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에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며 “제재 대상 기업이 광고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한다면 정부가 (디지털 광고) 시장을 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미 법무부는 구글을 대상으로 광고 분야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을 일부 매각해야 한다는 심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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