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비트코인 ETF 무조건 안 된다는 금융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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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민간 금융사와 벌인 법적 분쟁에서 패한 후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현 자본시장법에 비트코인이 기초자산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현물 ETF를 허용할 수 없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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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민간 금융사와 벌인 법적 분쟁에서 패한 후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그가 언급한 민간 금융사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이다. SEC는 지난 2022년 비트코인 신탁을 현물 ETF로 전환하는 것을 승인해 달라는 그레이스케일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정당한 이유 없이 SEC가 승인을 거부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공식 승인되기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케일과 벌인 분쟁에서 패소하고 2개월이 지난 후 SEC가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겐슬러 위원장이 이끄는 SEC는 가상자산과 비트코인 현물 ETF를 끝까지 허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레이스케일을 포함한 자산운용사들의 요구를 거절할 만한 논리적 근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SEC의 승인 결정이 나온 후 3주가 지난 현재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도입 여부에 대해 변변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발행과 투자를 모두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검토하지 말라고 금융위에 주문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재검토 요구에 금융위는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으로 영역을 넓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기관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운용사들이 소송까지 벌이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의 완고한 규제 방침으로 국내 운용사들은 성장의 발판이 될 새로운 시장을 놓친 셈이 됐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이 그레이스케일처럼 금융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식적으로 당국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이 앞장서 은행들의 금리 결정까지 관여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힘없는 민간 회사는 반기를 들 수가 없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려면 먼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자본시장법에 비트코인이 기초자산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현물 ETF를 허용할 수 없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출신으로 금융투자업계의 권익 확보에 앞장서야 할 금융투자협회장조차 금융 당국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판국에 민간 금융사들은 속만 끓일 수밖에 없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홍콩도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곧 승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과 호주, 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금융 시장인 미국과 홍콩도 결국 세계 금융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지 모를 거대한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강한 권력을 움켜쥔 국내 금융 당국은 여전히 입과 귀를 닫은 채 묵묵부답이고, 기업들은 대화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진상훈 금융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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