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프라 파괴 노리는 중국 해커 암약”… FBI 국장의 경고

권경성 2024. 2.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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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세요.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송유관이 망가집니다. 통신이 끊어져 휴대폰을 쓸 수 없고, 물이 오염돼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열차는 탈선하고 항공·항만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죠. 이 모든 게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일어나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해커들은 '공격할 시기가 됐다'고 자국 정부가 결정하면 미국 시민과 공동체에 대혼란을 유발하고 (사이버가 아닌) 실제 세계에 피해를 입힐 준비를 하며 미국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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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중국 특위 증언… “대혼란 유발 공격 준비”
대만 침공 개입 차단 목적 의심… “생명도 위협”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연방하원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레이(오른쪽)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젠 이스터리(가운데) 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장과 폴 나카소네(왼쪽) 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겸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상상해 보세요.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송유관이 망가집니다. 통신이 끊어져 휴대폰을 쓸 수 없고, 물이 오염돼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열차는 탈선하고 항공·항만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죠. 이 모든 게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일어나는 겁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하원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 청문회장.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의 젠 이스터리 국장이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에 담긴 것은 중국 정부와 연결된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을 막지 못했을 때 무슨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였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본토 미국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중국 해킹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증언할 수 있는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이 출석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해커들은 ‘공격할 시기가 됐다’고 자국 정부가 결정하면 미국 시민과 공동체에 대혼란을 유발하고 (사이버가 아닌) 실제 세계에 피해를 입힐 준비를 하며 미국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이 국장은 “그들은 미국의 정치·군사 관련 목표물만 노리는 게 아니다”라며 유사시 미국 전국에 걸친 민간 인프라 공격을 통해 민간인에게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 해커들에 의한 해킹 작전을 최근 법무부가 차단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중국 정부 지시를 받는 해킹 단체 ‘볼트 타이푼’이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교통 시스템, 전력망, 정수 시설 등 미국 내 주요 인프라를 공략하려 민간 소규모 사무실과 홈 오피스 라우터(네트워크 간 연결 장치)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작전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볼트 타이푼의 활동에서 미국 당국자와 보안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명백한 파괴 의도다. 중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 후원 해킹의 통상적 목표가 경쟁국 정보 탈취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원 중국위원회 의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미국 교량이나 발전소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만 침공 때 미국 개입을 차단하는 게 인프라 파괴 해킹을 사주하는 중국의 목적일 것이라고 레이 국장은 분석했다. 대만 지원 여력이 없도록 미국 내에 동요 요인을 심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레이 국장이 주문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응 투자다. 그는 “중국 해커가 FBI 사이버 요원보다 최소 50배는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관리들이 중국 해킹의 위험을 이렇게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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