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놔둬도 미친듯이 할 거야" 롯데 '좌승사자' 캠프 불참…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왜?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가만히 놔둬도 미친듯이 할 거야"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2월 1일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2024시즌을 위한 본격 담금질을 시작했다. 롯데는 괌에서 스타트를 끊은 뒤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치바롯데 마린스와 합동 훈련을 진행한 뒤 다른 KBO리그 구단들과 연습경기 등을 통해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번 롯데의 스프링캠프는 선수단만 총 43명으로 구성됐다. '베테랑' 진해수와 김상수를 비롯해 막내 전미르까지 투수 20명, '80억 안방마님' 유강남과 손성빈 등 포수 4명,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 '50억 유격수' 노진혁 등 내야수 12명, '캡틴' 전준우를 포함한 외야수 7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여기서 이름을 찾아 볼 수 없는 이가 있다. 바로 '좌승사자' 찰리 반즈다.
반즈는 지난 201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06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 2021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반즈는 데뷔 첫 시즌 9경기(8선발)에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92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는데, 그해 겨울 롯데와 연이 닿으면서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반즈는 KBO리그 입성 첫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86⅓이닝을 소화,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거두며 당시 '털보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롯데의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특히 2022년 4월에는 6경기에 등판해 5승을 쓸어담는 등 평균자책점 0.65의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며, '리틀 이대호' 한동희와 월간 MVP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롯데 입장에서는 반즈와 동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2023시즌에도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시즌 초반 스타트는 2022년과는 사뭇 달랐다. 반즈는 오프시즌 투구 폼에 변화를 줬는데, 이 미세한 조정이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게 됐고, 매우 실망스러운 스타트를 끊었다.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던 반즈는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4월 한 달 동안 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7.58로 허덕였다.
하지만 '에이스'의 부진은 길지 않았다. 반즈는 5월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82로 위용을 되찾기 시작하더니, 7월 3승 2패 평균자책점 3.33을 마크, 8월 2승 1패 평균자책점 2.05의 성적을 남기는 등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 결과 시즌을 마친 시점에서 30경기에 등판해 170⅓이닝을 소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8로 데뷔 첫 시즌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분명 불안했지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훌륭한 성적을 남긴 만큼 롯데는 반즈와 동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명장' 김태형 감독 또한 취임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애런 윌커슨과 반즈의 동행 의사를 드러냈다. 당시 사령탑은 "이 두 선수보다 월등히 좋은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반즈와 윌커슨은 가장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의 희망에 따라 롯데는 스토브리그가 끝난 뒤 발 빠르게 윌커슨과는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반즈와의 동행은 약속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유는 정규시즌 내내 미국과 일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반즈가 거취를 두고 고민을 이어간 까닭이다. 특히 반즈는 당시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 복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롯데 팬들의 우려는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17일 반즈와 보장금액 12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의 총액 13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반즈는 재계약 직후 "다시 한번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상당히 기쁘다. 부산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 앞에서 팀을 위해 던지고 싶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반즈의 이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반즈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는 가족 문제 때문이었다. 반즈의 아내가 지난달 둘째 아이로 아들을 출산했는데, 반즈가 가족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평소 반즈가 얼마나 성실하게 몸을 만들고,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인지를 알고 있는 만큼 롯데에서도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따라서 반즈는 미국에 머무르며 몸을 만든 후 시범경기에 앞서 선수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김태형 감독 또한 반즈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1일 괌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감독은 "반즈가 선발 로테이션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준비를 해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있지 않나. 가만히 놔둬도 미친듯이 할 거다"라며 껄껄 웃었다.
웃음으로 반즈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바탕에는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 반즈도 매일 개인 훈련 영상을 롯데 관계자에게 보내면서 성실함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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