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잘못된 감정은 없어"…위로 건네는 뮤지컬 '키키'

최주성 2024. 2.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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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살고 싶었거든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주인공 키키의 일상은 매 순간 위험으로 가득하다.

지난 27일 서울 CKL스테이지에서 개막한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토크쇼에 출연한 키키가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키키는 직장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에 퇴사를 고민했던 순간,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가족과의 다툼 등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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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형식으로 인격장애 다뤄…록·힙합 등 다채로운 음악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는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살고 싶었거든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주인공 키키의 일상은 매 순간 위험으로 가득하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기분이 들 때면 극단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고, 감정 기복이 심해 사소한 실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기만 하다.

일상 속 경험을 이야기하는 키키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지만, 그의 내면을 알지 못하는 관객은 누군가의 생존기를 듣는 것처럼 긴박한 기분을 느낀다.

지난 27일 서울 CKL스테이지에서 개막한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토크쇼에 출연한 키키가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감정 기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일쑤였던 인물이 행동치료를 거쳐 마음을 다스리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에서 호스트 5명은 키키의 이야기 속 재연배우가 된다. 호스트들은 주인공의 직장동료,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성별과 나이의 인물을 연기한다. 키키의 애인이 기르는 고양이를 실감 나는 몸짓으로 흉내 내어 웃음을 끌어내기도 한다.

키키는 직장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에 퇴사를 고민했던 순간,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가족과의 다툼 등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극을 이끈다. 작품 초반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활기찼던 분위기는 그의 감정을 따라 때로 유쾌하게, 때로 진지하게 변한다.

무대 뒤편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곡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극단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5인조 밴드는 분위기에 맞게 록, 고스펠, 발라드,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주인공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는 장면에서는 빠른 속도의 기타 연주가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의 의존적인 성격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호스트들과 차분한 고스펠 음악에 맞춰 중창을 선보이기도 한다.

자해 충동을 다스리기 위해 차가운 얼음을 손에 쥐고 고통을 견디는 대목에서는 발라드 음악으로 울림을 남긴다. 잔잔한 반주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주인공의 의지를 돋보이게 해준다.

빠른 속도로 흘러나오는 대사와 음악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존재하지만, 솔직한 이야기가 키키의 회복을 응원하게 만든다. 나아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저마다 공감할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정서적 피부가 벗겨진 상태라 작은 자극도 화염방사기를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직설적인 비유는 실수로 인해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으며 잘못된 감정은 없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관객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조윤지 작가가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키라 밴 겔더가 쓴 책 '키라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에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더해 대본을 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어 이번이 초연이다. 키키는 이휘종과 이수정이 연기하며 호스트 역에는 남경주, 김수정, 이민규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이달 25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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