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경이 막 부르면 의사 병원 떠나"…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추진
'10조 이상 투입'…필수 의료인 보상체계 개편
'2025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구체적 수치 추후 발표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료 사고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의료 사고 관련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정부는 의료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8차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참석자들과 '의료개혁'을 논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대병원 소아과 의료진과의 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며 "(의료진은) 보상체계를 강화해서 월급을 올려주고 수당을 줘도 싫다 이거다. 이런 송사에 휘말리면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또 "필수의료 전문가를 상대로 하는 고소·고발이 들어왔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재 절차 없이 검찰, 경찰에서 직접 의사들을 막 불러젖히고, 압박하면 다 병원을 떠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마무리발언에서도 "의사들이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끔 전문가답게 법적 리스크를 지게 해야 한다"며 "형사에서 민사로, 민사도 책임보험을 통해서, 전문가들에 의한 중재로 법적 리스크를 크게 부담하지 않고 소신껏 자기의 전문가 식견을 살려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기본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공공정책 수가를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라며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등 소위 '필수 의료 분야'에서 시설을 만들고 의사, 간호사를 채용해서 시스템을 가동한다면 그 자체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정책 수가로 보상하는 부분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가 이처럼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부담 완화,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 투입을 통한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등 보상체계 개편 방침을 발표한 것은 이를 '협상 카드'로 내세워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업계 저항을 최소화해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의사 집단 진료거부,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 등 강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윤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의대 정원 수치를 밝히지 않고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라고만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역시 이와 관련해 "2025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수급추계에 따른 주기적 정원 조정시스템을 구축한다"라는 기존 방침만 거듭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2035년까지 현장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대 정원은 증원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추가적인 절차들이 있다. 의료현안 협의체도 있고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도 있고 이런 절차를 거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인 사법 리스크 부담 완화' 방안과 관련해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특례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의료행위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최소화해주는 특별법이다. 복지부는 "특례법이 제정되면 환자는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공정한 감정 기회와 충분한 보상을 보장받고, 의료인은 형사처벌 불안 없이 생명과 직결된 고위험 수술과 응급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의료분쟁조정제도를 개선하는 등 의료사고 처리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자·보호자 등 일반 국민, 병원장·의사·간호사 등 의료인과 전문가 등 60여 명의 국민이 함께했다.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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