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74조원 날릴 위기에 몰린 머스크, 5대 관전 포인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주식 9주를 가진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하면서 558억달러(약 74조5000억원)의 테슬라 주식을 토해낼 위기에 처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슬라 이사회가 항소할지, 테슬라 법인이 설립된 곳을 바꿀지 등 테슬라 이사회는 몇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1월 31일 머스크가 장악한 테슬라 이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보상 패키지에 따라 머스크가 558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확보했으나,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왜 그런 보상을 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며 원고편에 섰다. 델라웨어주 법원의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으며, 이사회가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며 “소송 당사자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머스크의 임금 패키지를 무효로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머스크의 동생, 머스크에게 신세를 진 사람이 테슬라 이사로 있는 등 머스크가 사실상 이사회를 통제하고 있었기에, 급여 패키지 역시 머스크에 의해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보상안은 2018년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통과한 것으로 머스크가 매출, 시가총액 등 12개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테슬라 주식 약 1%를 제공해 최대 1억100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스크는 2022년 목표를 모두 달성해 558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당시 테슬라 주식 9주를 가졌던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가 2022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토네타는 소장에서 “이사회가 2018년 승인한 558억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고액으로 과도하게 많다”며 “보상 패키지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보상안이 너무 고액이며, 머스크가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 것은 물론 테슬라가 중요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 이사회에는 머스크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경영진을 포함해 머스크와 광범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며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위인 CEO, 회장, 창업자인 동시에 전형적인 ‘슈퍼스타 CEO’로 이사진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원고 편을 들면서 머스크는 즉각 반발한 상태다. 그는 판결 직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델라웨어에 절대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테슬라를 실제 본사가 있는 텍사스로 옮겨야 하느냐”는 등의 게시물을 올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테슬라 법인은 법인세가 낮은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으나, 본사는 텍사스주에 있다.
◇ 머스크의 스톡옵션은 어떻게 되나
테슬라 이사회가 2018년 확정한 보상 패키지의 일환으로 머스크는 50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3억400만주를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받았다. 이 돈은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가 되는 데 막대한 영향을 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주식을 빼앗기면 머스크가 세계 3위 부호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상황이다. 다만,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가 보상 패키지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아직 테슬라에 공식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 테슬라 본사, 텍사스로 옮길까
머스크는 패소한 이후 X에 텍사스에 법인을 설립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투표를 올렸다. 머스크는 “네바다나 텍사스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상태다. 델라웨어주는 간소화된 법률 시스템으로 인해 기업에 인기 있는 곳이다. 법인세도 낮아 테슬라도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등록해 뒀다.
만약 머스크의 뜻대로 법인을 네바다주나 텍사스주로 옮기려면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NYT는 “네바다주에서는 이사진을 고소하는 것이 더 어렵다”면서도 “주주 중 일부는 법인을 옮기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향후 테슬라 주가 향방은
테슬라가 2018년 머스크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무효로 되면 테슬라 발행 주식수가 줄어든다. NYT는 “이론적으로는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소유한 테슬라 주식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이로 인한 주가 상승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떠나거나, 운영에 덜 집중할 수 있다는 투자자의 두려움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테슬라 이사진의 선택은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 이사진이 머스크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상태다. 이사진 중 한 명은 머스크 동생이고, 몇몇은 오랜 친구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NYT는 “이사진은 자신들이 결정한 보상 패키지가 자신들과 머스크의 독립적 관계 아래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훨씬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새로운 급여 체계를 판사에게 제시할 수도 있다”고 봤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투자회사 ‘니아 임팩트 캐피탈’의 설립자는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가 사업에 계속 집중하는 동시에 변덕스러운 행동에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머스크, 항소? 승소할까
이번 사건은 배심원 대신 판사가 심리하며, 항소는 델라웨어 대법원을 상대로 한 번만 할 수 있다.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판결에 불만을 표시한 만큼, 머스크의 변호인단은 맥코믹 판사의 판결이 번복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맥코믹 판사가 말한 것과 달리 머스크의 지배력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진이 보상 패키지를 결정할 당시인 2018년,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약 22%로 테슬라를 통제할 만큼 충분한 투표권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의 법률 전문가를 인용해 “기존 판결을 뒤집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 역시 “테슬라 이사진과 머스크는 델라웨어 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기존 판결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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