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기에 신탁사 CEO 소집한 금감원…보수적 리스크관리 주문
"최악 상황 가정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해야"
"사업성 없는 곳 신속 매각.. 내부통제도 강화해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둘러싼 위기감이 여전한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이번엔 부동산 신탁사를 불러모았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손실을 100%로 반영하고 담보가치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앞으로 당국은 부실 우려 PF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충당금 적립 현황을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10년만에 토지수탁고 100조…"엄정한 점검 필요"
금융감독원은 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4개 부동산 신탁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PF 부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신탁사의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탁사는 부동산을 개발·관리해주고 분양·임대 수익을 불리는 업무를 맡는다. 토지신탁 업무는 관리형, 차입형으로 나뉜다. 관리형은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과 시공사가 돈을 대고 신탁사가 주로 신용을 보강해주는 방식이다. 차입형은 신탁사가 직접 개발비용을 투입한다.
신탁사의 토지신탁 수탁고는 10년 간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2013년 기준 28조원이었던 수탁고 규모는 2023년 9월말 99조원으로 대폭 커졌다. 특히 관리형 중에서도 신탁사가 신용을 보강해주는 이른바 '책임준공형'이 많아졌다. 만일 시공사 부도로 사업장 개발을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대주단에 돈을 갚아야한다.
시장이 얼어붙으며 분양률이 낮아지고 정해진 준공기일을 넘기는 사업장이 늘어나자, 신탁사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자기자본의 3배, 일부 회사는 최대 8배에 이르는 등 과도한 영업 확장으로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탁사의 건전성 악화는 대주단, 시공사, 수분양자, 여타 사업장으로의 연쇄적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며 "나아가 부동산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 사업장에 대한 세세하고 엄정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손실흡수능력 키우고, 내부통제 강화 "주문
금감원은 신탁사들에 건전성, 유동성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공사 부도시 거액의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장 공정관리에 힘쓰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에는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예상손실을 100%로 인식해 신속히 매각 처분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공매를 진행할 땐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부실사업장 정상화에 협조를 요청했다. 함 부원장은 "시장 일각에선 사업정리를 위한 토지매각 과정에서 신탁사의 업무관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근 출범한 PF 정상화 펀드 등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당국의 노력에 부응해 신탁사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탁사 직원의 횡령 등이 발생한 가운데 내부통제도 강조했다. 내부통제 관련 부서를 충분히 지원하고 내부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임직원의 사익추구 등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충당금 적립실태를 일제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우발채무 등 신탁사업의 실질적 리스크를 순자본비율(NCR)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토지신탁 계약당사자 간 분쟁 소지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표준적인 업무방법 마련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신탁사들은 당국에 부동산 사업추진시 참여 주체 간 책임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등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 요청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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