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막을 수 없다…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최대 변수로 떠오른 IRI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시아파 민병대 연합
이란 지원 받아 2020년 조직 결성했지만
전쟁 이후 독자 행보로 이란과도 파열음
전문가 “미군 겨냥 공격 중단 가능성 없어”
미국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를 공격해 미군 3명을 사망하게 한 무장단체가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IRI)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특정해 발표했다. IRI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느슨하게 결합한 조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라크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휘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을 계기로 독자 행보를 강화하면서 이번 사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여러 무장단체가 포함된 IRI가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을 기획하고 지원, 촉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IRI에 참여한 유일한 단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건 초기 카타이브 헤즈볼라 단독 소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IRI 차원에서 미군 폭사에 관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신들은 IRI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큰 복병으로 등장했다며 2003년부터 이어진 이들의 호전성에 주목했다. 우선 IRI는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외에 하라카트 알누자바, 카타이브 사이드 알수하다, 아사이브 알알하크 등의 무장단체로 구성돼 있다. IRI 소속 무장단체 대부분은 2003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했다.
이들은 2011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을 상대로 폭탄 테러와 미사일 공격을 펼쳤다. 특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체제가 붕괴한 이후 국가를 지탱할 구심점이 사라진 틈을 타 반미 감정으로 들끓었던 바닥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2014년 이슬람국가(IS) 출현으로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 이라크 정부는 IS 퇴치를 위해 각기 활동하던 시아파 민병대를 한데 모아 하시드 알사비라고 불리는 인민동원군(PMF)을 만들어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전장에 투입했다. 수니파인 IS를 적으로 규정하는 시아파 민병대 속성을 활용한 전략이었다. PMF는 사실상 이라크 정부 산하로 편입됐고, 대원 상당수는 이라크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PMF는 시아파 민병대뿐 아니라 IS에 반대하는 일부 수니파와 기독교도가 혼합된 형태로 운영된 탓에 투쟁 방식과 이념 등을 놓고 잦은 갈등을 빚었다. 이에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시아파 민병대는 2020년 PMF를 탈퇴해 지금의 IRI를 창설했다.
IRI는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목표로 각종 무력시위를 펼쳤다.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들 활동의 기폭제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IRI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이라크에서 67회, 시리아에서 98회, 요르단에서 1회 등 총 166차례 미군을 겨냥한 크고 작은 공격을 단행했다.
문제는 과거엔 IRI 소속 시아파 민병대를 통제할 수 있었던 이란과 이라크가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타워 22’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자 IRI에 자제를 요구했고, IRI 대표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미군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란 형제들은 우리가 지하드(성전)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라크 정부도 2020년 시아파 민병대가 PMF를 탈퇴한 이후 IRI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이라크 전문가인 레나드 만수르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며 “이란은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잃을 것이 많지만 IRI는 그렇지 않다”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공격이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보복을 천명한 미국도 IRI 조직 특성에 골치를 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IRI가 특정 본부나 기지를 두지 않고, 각 민병대가 느슨하게 결합한 ‘우산’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묻거나 목표물을 설정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FT는 “IRI는 명령 체계가 복잡하다”며 “주방에 수많은 요리사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IRI가 이란에서 예멘 후티 반군으로 흘러가는 무기 중개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후티 반군 홍해 점거에 한 축을 IRI가 담당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군이 예멘 본토에 배치된 후티 반군 지대공 미사일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도 홍해 초입 아덴만을 통과하던 미국 상선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구미 전 여친 살해한 범인, 34세 서동하 신상공개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배가 너무 고파서…” 빈집 들어가 김치 훔친 노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