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지원 부진·전황 악화에 내분까지…젤렌스키·총사령관 갈등
갈등 봉합 안돼…"젤렌스키 조만간 해임 공식발표" 보도도
"대선 앞두고 총사령관 지지율 젤렌스키 추월…긴장 심화"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전황 악화와 서방 각국의 지원 차질로 어려움에 빠진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반목까지 불거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가 군과 서방 우방들의 반발에 일단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 갈등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커 우크라이나 국내외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면담해 직접 해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우크라이나군 고위 장교 등을 인용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회동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대통령의 보좌진이 전황을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게 총사령관직에서 물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역할을 맡으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사임과 NSC 보좌관 자리를 거절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의 해임 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고 소식통 3명이 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면담을 마친 뒤 주변에 자신이 해임됐다고 밝혔고, 이 소식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자 군 고위 지휘관들과 미국·영국 등 우방국들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 정보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이 총사령관직을 제안받았다는 풍문이 나돌았지만, 이들이 제안을 거절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후 이날 세르히 니키포로우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방 각국 관리들은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고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해임이 불가피한 것 같다고 보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CNN 방송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으며, 대통령의 공식 해임 발표는 이주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들의 갈등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전쟁이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두드러졌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발언이 러시아 측만 이롭게 할 뿐이라는 뜻을 나타내며 질책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국 병무청장들을 일제히 해임한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 두 사람 간의 불화설을 한층 키웠다.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지지율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추월한 것이 양측 간 긴장을 높인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지지율이 오르자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그는 정치 참여설을 부인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기대 속에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좌절감이 커진 가운데,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2021년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해 현 직책에 임명된 이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착실히 대비해왔다.
이어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군의 공세를 격퇴하고 이후 잃어버린 영토의 상당 부분을 되찾는 반격 작전을 성공시키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의 사진이 우크라이나의 커피숍과 술집 등에 걸려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애국적 밈(meme·인터넷 유행요소)도 무수히 많을 정도라고 NYT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서방 각국의 그에 대한 신망도 매우 두텁다.
남동부 전선에서 복무 중인 한 31세 병사는 "우리는 모두 그(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빚을 졌다"면서 "전시에 설명 없이 공직에서 떠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나타내고 그를 대신할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고 WSJ은 전했다.
서방 각국 관리들도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전황을 더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을의 대반격이 실패로 끝난 뒤 지금은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기 급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유럽 등의 군사·재정 지원도 지지부진해진 상황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마저 쫓겨나면 군과 국민들의 사기가 크게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잘루즈니 총사령관 휘하의 지휘관들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의 해임을 시도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한 지휘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의 뜻을 밝히지 않으면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자신감을 갖고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jhpark@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