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확대 강행 기조…의협 "400만 표 걸렸다" 압박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 임플란트 보장 개수 확대 등 담아
이필수 의협회장 "밤샘토론도 가능…정부가 적극 나서야"
지난해 간호법 저지를 위해 뭉친 '14보건복지의료연대'가 이번엔 총선을 겨냥해 또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원하는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실현해줄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하겠다며 '400만 표심'을 내걸었다. 이들이 제안한 공약엔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의대정원'이 정작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기자와의 질답에서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정부 측과 TV토론회에서 맞붙자고 제안했다"며 "밤샘 토론을 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기반 마련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공약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이 연대는 의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작업치료사·요양보호사 등 의료계 14개 직역이 모여 결성됐다.
이날 이필수 의협회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전문가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번 총선에서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 올바른 정책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전문가 단체 연합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의료 거버넌스(관리체제)와 통합의료 돌봄체계 구축,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실효적 대안 마련'이라는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7가지 정책을 공약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내놓은 7가지 공약은 △보건의료 및 복지정책 수립 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 △보건의료 직역별 업무 안정성을 법률로 보장할 것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관리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된 의료 패러다임에 맞춰 보건의료서비스를 진료실 내로 한정 짓지 말 것 △직역별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성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컨대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제한한 규제를 철폐하고,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제안이다.
또 이들은 △대체 의료 인력 지원, 면허·자격의 신고·관리의 효율성을 위한 보건의료인력 관리시스템을 확립할 것 △1차 의료 중심의 통합의료 돌봄 서비스를 확립할 것 △고령인구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할 것 등의 공약도 제안했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임플란트 보장 개수를 2개에서 4개로 확대하자는 것, '재택의료센터' 등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것도 포함됐다.
이날 각 연대 대표는 투표함에 표를 넣는 퍼포먼스를 통해 '400만 표심'을 무기로 내세웠다. 연대에 소속된 직역 총인원은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우리 연대는 보건복지의료 관련 7가지 정책을 제시했고, 향후 총선 때 각 후보자의 공약을 확인해 '올바른 정책'을 반영하는 정당·후보자를 발굴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7가지 공약에 의대 정원 관련 내용이 없는 이유"를 묻자 이필수 의협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는 14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공통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보건의료 현안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와 포퓰리즘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정당·정치인(총선 후보자)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대 정원 문제가 '보건의료 현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안을 지지하는 정당·후보자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필수 의협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는 우리 14보건복지의료연대의 공동 공약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는 보건의료복지 전문가 단체인 만큼 우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한 공약이 올바른 정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1월 29일)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공식 소통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가 27번째로 열렸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양측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의대 정원 안건이 테이블에 올라온 제20차 의료현안협의체 이후 여덟 차례 진행해오는 동안 의대 정원 안건은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필수 의협회장은 "지난 23차 의료현안협의체부터 의협은 복지부에 '밤샘 토론,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의대 정원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한 정당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다면 TV 토론회에서 정정당당히 맞서 토론하자고 제안도 했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문제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할 생각이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이들이 제안한 7대 공약을 좀 더 구체화한 후 '공약집'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각 정당 사무실을 방문해 정당 정책위원장에게 공약집을 전달하고, 공약을 제안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지난 간호법 저지 때 국민의힘에서 지지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정치인은 없다"면서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개혁신당이든 정의당이든 정당은 많다. 찾아가면서 우리의 7대 공약을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7대 공약을 제안한 14보건복지의료연대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속해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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