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일’ 매슈 본 “우리가 스파이물을 사랑하는 이유는···”[인터뷰]
작가는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다
“우리는 슈퍼맨은 아니지만 스파이는 될 수 있다”
※영화 <아가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설 명절을 맞아 7일 개봉하는 <아가일>은 <킹스맨> <킥애스> 등 액션 시리즈물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매슈 본 감독의 신작이다.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 ‘아가일’ 속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작가인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스파이들의 표적이 되면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파이 액션물이다. 코미디와 액션을 최상의 비율로 배합해 온 본 감독의 장기는 이번에도 발휘된다. 독창적인 액션과 함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에 관객은 ‘즐거운 배신’을 당한다.
1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기자들과 만난 본 감독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며 “극장을 나설 때 관객들이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가일>은 지난달 18일 국내 시사회를 통해 전 세계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헨리 카빌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등 영화의 주역들이 내한해 한국 관객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당시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어느 곳보다 먼저 한국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인 것과 관련해 본 감독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 관객들은 <킹스맨> 1편에 놀라운 수준으로 사랑을 보내주셨습니다. 제 영화를 받아주시는 모습을 보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마음에 품게 됐고, 멀리 있지만 고향처럼 느끼고 있어요. 고향인 영국보다 이 영화에 열정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 관객일 것입니다.”
<아가일>은 본 감독의 가장 큰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킹스맨>과 같은 스파이 액션 장르다. 본 감독은 스스로를 ‘스파이 홀릭’이라고 밝히며 스파이물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누구나 스파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슈퍼맨, 스파이더맨은 될 수 없어도 스파이는 될 수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제임스 본드 같은 멋진 캐릭터를 통해 미화된 면도 물론 있고요. 스파이물의 또 다른 매력은 산업 구도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킹스맨> 시리즈는 마약 합법화 같은 국제 문제를 다뤘습니다. 현재 세계의 정치 상황을 볼 때 영화에서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본 감독은 같은 스파이 액션 장르지만 <아가일>은 <킹스맨>과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킹스맨>은 완벽한 슈트와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슈퍼 스파이’들의 세계”라며 “<아가일>에서는 슈퍼 스파이들을 한편에 두고 그와 대비되는 현실적인 스파이를 그렸다. 다른 개성의 두 스파이 캐릭터를 대비시키고 또 충돌시키며 새로운 이미지와 환상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영화인 만큼 ‘균형’을 가장 신경썼다고 했다.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 스릴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는 만큼 균형을 맞춰야 했다. 관전 포인트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점이다. 확실한 것은 극장을 나설 때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가일>이 눈길은 끄는 점은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다. <킹스맨> 등 전작이 여성 캐릭터를 소극적으로 기용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감독은 이번에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영화 포스터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중반부에야 드러나는 ‘반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본 감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모호한 답변을 하겠다”면서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현실적인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 브라이스와 작업하며 많은 여성이 공감하고 또 존경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엘리는 책상에 앉아 글만 쓰는 작가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완벽한 스파이로 거듭난다. 영화 말미 그가 펼치는 독창적인 ‘스케이트 액션 신’은 특히 인상적이다. 본 감독은 “모두 직접 매우 어렵게 찍은 장면”이라며 “촬영감독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아가일>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앨리의 반려묘 ‘알피’다. 알피는 그 자체로 귀엽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결정적인 활약도 한다. 알피를 연기한 ‘칩’은 감독 가족이 직접 키우는 고양이다. 그는 “알피 등장신의 90%는 시각특수효과(VFX)가 아닌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며 “모든 고양이가 그렇듯 칩에게도 ‘디바’ 같은 면이 있다. 칩은 촬영 현장을 집처럼 생각했는지 굉장히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본 감독은 <올드 보이> <기생충> <부산행> 등 여러 한국 영화를 언급하며 언제가 한국 영화인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는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그 훌륭함에 감탄합니다. 모두 강렬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요. 언젠가 한국에 직접 가서 영화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업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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