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굳어버리는 ‘파킨슨병’…뇌 수술 안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국내 연구진, 자기장 치료법 개발

[사진=픽사베이]

국내 연구팀이 자기장을 이용해 무선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단장(연세대 특훈교수)은 1일 자기장으로 뇌 심부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뇌 심부자극술(DB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이다. 운동 조절에 중요 역할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돼 몸의 떨림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나 근본적 치료제는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 정도가 쓰이는데, 이마저도 효과가 없는 환자는 외과적 수술인 DBS를 시도한다.

DBS는 뇌 심부에 전극을 심고 흉부 피하에 설치되는 자극 발생기를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준다. 신경세포 간의 신호를 조절해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해야 한다. 뇌출혈이나 조직 손상과 같은 부작용이 동반되며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만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나노-자기유전학’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무선으로 활성화해 뇌 기능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뇌 심부에 자성을 띠는 나노 크기 입자를 주입하면 이 입자가 특정 자기장에 감응해 힘을 발생시킨다. 입자는 뇌 신경세포 표면에 붙어 활성화를 유도한다.

연구팀은 “뇌 심부까지 비침습적으로 자기장 전극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 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더니 뇌 신경세포가 기존보다 10배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균형 감각과 운동성도 각각 2배씩 향상돼 정상에 가까운 운동능력을 보였다. 2주간 매일 반복해 자극을 받은 쥐들은 자극을 중단하고 하루 후에도 회복된 운동 능력이 약 35% 유지됐다. 연구팀은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DBS의 치료효과가 지속됨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지난 10일 공개됐다. 천 단장은 “기존 DBS 방식보다 비침습적이고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자극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라며 “파킨슨병뿐 아니라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 연구와 치료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