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2월22일 개막 4일간 진행 겨울 대표 별미 식도락 여행, 대게부터 전복죽까지 마음껏 죽변과 후포, 같은 듯 다른 매력 지닌 겨울바다 풍광 본좌 덕구와 백암의 온천서 웰니스 힐링, 고즈넉 겨울산책은 덤
겨울 울진 바다를 보면 ‘쨍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유난히 짙은 청색의 물빛과 압도적인 파도, 싸늘한 공기와 햇살이 어우러지면서 오감으로 느껴지는 인상이 강렬하다. “동해안 해변 풍경이 결국 다 비슷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이는 울진의 겨울 바다를 보지 않은 사람의 평가이다. 적어도 이맘 때 울진의 바다는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특별함이 있다. 이렇게 남다른 계절 풍광이 있는데 마침 전국구 겨울 별미인 대게가 딱 제철이다. 거기에 고즈넉한 계곡 산책의 묘미도 있는 온천도 즐길 수 있다면 지금 여행을 아니 떠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겨울 울진 나들이에 나섰다.
● 대게부터 해물칼국수, 전복죽까지, 겨울 식도락 여행
2월 울진에서는 여행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먹부림을 제대로 만끽할 잔치가 기다리고 있다. 겨울 끝자락인 22일부터 25일까지 ‘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이름 그대로 대게를 테마로 체험 프로그램부터 별미 시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역 축제다. 축제 기간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의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 상설 프로그램을 연다.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도 즐길 수 있다.
축제의 테마인 울진대게는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고급 식재료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맛 오른 대게는 1월 말이나 2월부터가 진짜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지만 대게란 ‘큰 게’란 뜻이 아니다.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 정도 잡으면 운이 좋을 정도로 모습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산지인 이곳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울진은 전국에서 대게 생산량 1위 고장이다. 대게의 고향은 울진 남쪽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라는 거대한 수중암초지대다.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 보고다.
붉은대게는 과거에는 홍게라고 불렸다.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고 짠맛이 있다. 심해에서 잡히는데 대게에 비해 싼 편이다.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후포항에 가면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다루는 전문점들이 많다. 산지 전문음식점답게 저마다 대게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노하우가 상당하다. 메뉴는 비슷비슷하다. 그중 왕돌회수산에서 상에 깔리는 기본 요리로 나오는 게살전이 별미이다. 겉보기는 손바닥 크기의 평범한 전으로 보이는데, 반죽에 게살을 갈아 넣어 부쳐 식감과 감칠맛이 상당하다.
대게 외에 다른 별미를 즐기고 싶다면 해물칼국수와 전복죽이 있다. 해물칼국수는 이름 그대로 가리비를 비롯한 각종 조개를 듬뿍 넣었다. 양도 푸짐하지만 뜨겁고 달큰한 국물의 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죽변항 인근 망양정해물칼국수를 비롯해 울진 여행길에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복죽은 전날 밤 대게와 반주를 곁들여 여행의 회포를 푸느라 시달린 속을 달래줄 수 있는 좋은 메뉴이다. 후포항에서 후포등기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구)동심식당은 메뉴가 모듬회와 전복죽 딱 두 가지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정말 작고 소박한 식당인데 인심 좋게 넣어준 전복과 부드러운 죽의 조화가 뛰어나다.
● 바다의 역동적 풍광, 이곳이 1티어
울진 겨울바다를 처음 보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박력있게 몰아치는 파도에 압도당한다. 그냥 파도치는 모습만 찍으면 서핑 명소인 호주나 하와이의 해변으로 착각할 정도다. 동해안이 전반적으로 겨울 모습이 꽤 역동적이지만, 파도의 높이나 해변에 몰아치는 힘있는 모습을 따지면 울진서 보는 경치가 가장 빼어난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울진에서 북쪽에 위치한 죽변항은 대게 어획량이나 경치 면에서 남쪽 후포항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지역이다. 죽변이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붙여었다. 이곳에는 항구 인근으로 하트해변 등 바다 절경들이 많다. SBS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을 가면 가슴 탁 트이는 해안선과 바다 위로 움직이는 스카이레일, 그리고 세트장의 예쁜 집이 어우러져 사진에 담기 딱 좋은 그림을 만들어준다. 주변에 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바다를 바라보는 오붓한 대나무숲 산책로도 있다.
죽변면 국립해양과학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해양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다.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여서 바다에 뒤집힌 독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VR체험과 전시 뿐 아니라 전망대, 해상통로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최고 명물은 수심 7m에 조성한 바다속전망대다. 전망대를 물속에 만들어 별다른 장비 없이도 깊은 바다의 풍경과 바다생물을 만날 수 있다. 해양과학관 뒤편에는 바다 생태계를 주제로 한 어린이 놀이시설도 있다. 이 놀이시설에서 바다속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데크길에서 바라보는 동해 모습도 매력적이다.
죽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대게 축제가 열리는 후포항이 나온다. 이곳에는 죽변해안과 비슷한 듯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해변이 있다. 후포해변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면 등기산 스카이워크로 올라가야 한다. 후포등기산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거나 해안 도로쪽의 계단으로 갈 수 있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해상교량인데 높이 20m이고 전체 길이는 135m이다. 이중 57m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강화유리를 설치했다. 유리 보호를 위해 제공하는 덧신을 신고 걸으면 투명한 유리 아래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해 바다가 훤히 보인다. 56밀리 접합강화유리를 설치해 15톤 무게도 견딜 만큼 튼튼하다는데, 그래도 걸으면 높이가 주는 아찔함에 오금이 살짝 저린다. 여기에 바람과 걷는 사람의 움직임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진동도 느껴져 가슴을 조이게 한다. 하지만 눈앞에는 그런 공포감을 가시게 할 정도로 매혹적인 풍광이 펼쳐져 ‘유리구간을 걸을까, 말까’하는 고민을 여행객에게 선사한다. 2월까지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월요일과 비바람이 많은 날은 휴장한다.
● 온천과 겨울 계곡의 고즈넉한 매력
울진에는 북쪽의 덕구온천, 남쪽의 백암온천 등 대표적인 온천이 두 군데 있다. 또한 이 온천들 곁에는 응봉산 덕구계곡과 백암산 신선계곡 등 겨울 산행에 좋은 명소들도 있다. 산행을 한 뒤 온천으로 피로를 풀거나, 반대로 온천에 머물며 여유롭게 계곡 산책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덕구온천은 자연용출 온천으로 덖구계곡에 있는 원탕에서 하루에 약 2000여 톤이 솟아 나온다. 약알칼리성을 지닌 온천수는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호텔과 대온천탕, 스파월드, 한식당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온천휴양지다.
덕구계곡은 해발 998m의 응봉산에 있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지는 4km의 오솔길이 일품이다. 지역에선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평할 정도이다. 주차장에서 응봉산 정상까지는 약 3시간여의 정도 걸린다. 등산로를 잘 관리했고 길 난이도 역시 전체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원탕까지 가는 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금문교를 비롯해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 유명한 교량 12개를 설치해서 이를 보는 재미도 있다. 형제폭포, 옥류대, 용소폭포 등 대표 명소들을 거치면 덕구온천의 원탕에 다다른다. 원탕 아래 족탕도 있다. 다만 원탕부터 정상까지는 꽤 경사가 높아 등산 초보자는 힘들 수 있다.
남쪽에 있는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53℃의 온천수로 나트륨, 불소, 칼슘 등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했다.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온천휴양지역으로 개발했다.
신선계곡은 백암산 자락 북동쪽에 자리한 계곡이다. 길이가 6km 정도이다. 덕구계곡이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면 이곳은 제법 큰 규모의 골짜기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호쾌한 경치가 특징이다. 용이 살았다는 용소를 비롯해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소들이 이어져 있는데, 한겨울 추위에 푸르스름하게 얼어붙은 모습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기기묘묘한 형태이 바위들이 어우러진 합수곡, 아득한 깊이의 독골용소 등이 여기를 거닐 때 챙겨볼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