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하마스 스캔들 일파만파, 지원금 영구 삭감에 총장 퇴진 요구
지원금 끊기면 2월 말 이후 가자지구 구호 활동 멈춰
국제사회에서 유엔 차원의 사태 해결 촉구
이스라엘은 UNRWA 해산 및 사무총장 퇴진 요구
[파이낸셜뉴스] 최근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 가담 논란에 휩싸인 유엔 산하 기구에 돈줄이 끊기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이 곧 중단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문제의 기구를 아예 폐쇄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UNRWA는 1948년 5월에 유대인들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건국 선포로 촉발된 1차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해당 기구는 다른 국제 난민기구와 달리 '1946년 6월 1일∼1948년 5월 15일 팔레스타인을 주거지로 삼다가 1948년 전쟁으로 집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은 사람'과 그의 후손들을 모두 난민으로 인정하는 특수한 기구다. 지원 범위를 특정 지역 및 집단으로 규정한 유엔 기구는 UNRWA가 유일하다. UNRWA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 등의 팔레스타인 난민 약 590만명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금도 약 23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가운데 최대 200만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UNRWA에게서 식량과 숙소, 의료서비스까지 받는 가자지구 주민은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1월 26일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UNRWA 직원 12명이 이에 협조했다는 보고를 받아 자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1월 29일에는 WSJ를 비롯한 미 언론들도 이스라엘의 보고서를 인용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UNRWA에 가장 많은 지원금을 건넸던 미국은 1월 26일에 즉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1년에 3억~4억달러(약 3997억~5330억원)를 지원했으며 지난해 10월 1일부터 1억2100만달러(약 1612억원)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미 국무부는 1월 30일 발표에서 해당 금액 가운데 30만달러를 제외한 예산이 이미 전달되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기준으로 UNRWA의 25개 주요 지원국 가운데 12개국이 지원금 지급 중단 및 보류를 선언했다. UNRWA 대변인은 1월 29일 발표에서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2월 말 이후 가자지구를 포함한 지역 전역에서 서비스와 운영이 계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은 일단 하마스와 공모했다는 직원 12명 가운데 9명을 해고했고 2명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1명은 사망했다. 유엔의 내부 조사에는 최소 4주가 소요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월 31일 연설에서 UNRWA이 "가자지구 내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중추에 해당한다"며 지원을 끊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UNRWA와 구테흐스 모두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UNRWA의 직원 약 1만3000명 가운데 대다수는 가자지구 등 현지 주민이며 과거에도 하마스와 연루 의혹에 휩싸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에 UNRWA의 방향성을 문제 삼아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후임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에 지원을 재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월 31일 유엔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와 유엔은 UNRWA의 임무가 영구 종료되어야 할 때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가자지구 문제를 계획대로 풀고자 한다면 UNRWA는 이제 다른 유엔 기구와 다른 구호 기구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이스라엘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독일 매체 악셀 스프링거와 인터뷰에서 구테흐스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당연히 책임이 있다"며 "구테흐스가 사임하든지 유엔이 그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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