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경매장 없애야"vs"보호소가 더 문제"…루시법 향배는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2024. 2. 1.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후 6개월 미만 개,고양이 판매금지 놓고 격론
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학대 온상 '강아지 공장(번식장)'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번식장·경매장 폐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반려동물 경매장은 불법 동물생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하루빨리 루시법이 통과돼야 동물학대와 공장식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일부 업체 문제를 확대해서 60개월 이상 교배를 금지하면 관련 산업이 망할 수도 있다. 관리 능력이 안 되면서 동물을 데리고 있는 보호소가 더 문제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일명 '루시법'을 놓고 동물보호단체와 동물생산단체가 연일 격론을 벌이면서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향배가 주목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개·고양이의 판매 금지 월령 기준을 기존 2개월에서 6개월 미만으로 하고, 60개월 이상인 개·고양이의 교배 또는 출산 금지 등 내용을 담았다. 윤미향 의원 또한 유사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면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루시법은 2013년 영국의 한 사육장에서 구조된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의 루시는 6년간 강제 사육을 당하며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을 앓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에 사육장에서 벌어지는 학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루시법이 제정됐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한 번식장에서 1400여마리가 구조되는 등 논란이 일자 정치권에서 한국형 '루시법'을 발의하게 됐다.

동물보호단체는 환영했지만 동물생산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위 의원의 지역구인 제주 서귀포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다. 최근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주최한 '한국형 루시법 설명회'에서도 양측이 충돌할 뻔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라 등 단체들로 구성된 '루시와 친구들'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 경매장은 17곳이다. 이 가운데는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

전국에는 2000여개의 허가 번식장과 3300여개의 펫숍이 경매장과 연결된 구조 속에서 운영된다. 불법 번식장 또한 1000개로 추정되며 이 역시 경매장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루시법이 통과되면 공장식 번식이 제어되는 것은 물론 강아지 공장 형태의 번식장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물복지를 지키는 소수의 자격 있는 생산자(브리더)에게만 판매권한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전국 경매장은 독과점 특징을 가지며 불법 생산된 동물을 신분 세탁하는 기형적인 구조의 핵심"이라면서 "루시법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률로, 한국도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처럼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산업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에서 예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루시법) 설명회장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해당 장소에서 열리지 않았다. 2024.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반면 동물생산업계에서는 "번식장은 이미 인허가제라 경로추적을 하면 되고 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1차 산업을 막는 과도한 규제를 하게 되면 사료, 간식, 용품, 의료 등 다른 관련 산업까지 줄줄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111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08%가 루시법 발의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금지가 아닌 제도적 보완이 우선'이라는 답변이 44.12%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돼 주목 받았다.

전국반려동물산업단체 비상대책위원회도 "대안도 없는 동물 경매금지가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모견과 자견의 사회화 시기는 3~4개월이다. 이후는 반려동물과 보호자 교육이 중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생후 6개월 미만 분양 금지는 현실상 판매를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측의 주장이다.

또한 60개월 이상 개·고양이의 교배나 출산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개체마다 다른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에서 생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2회 정도 의무교육을 하면 좋은데 그걸 떠넘기듯이 브리딩 업체에 맡기는 것은 분양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유기동물 숫자를 줄이려면 실외사육견 중성화와 동물등록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해피펫]

news1-10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