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만 희생? 총선 앞 사그라진 ‘親尹 퇴진론’

박성의 기자 2024. 2. 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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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김웅 외 불출마 선언 중진 無…김기현‧권성동 5선 의지
‘친윤계 험지 대신 양지로’ 지적에 與지도부 “출마와 공천 별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시간을 좀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100% 확신한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해 11월14일 기자들과 만나 '친윤‧중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름은 거명 안 했지만, 분명히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총선이 6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요한의 예언'은 공언이 된 모양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 중 장제원 의원만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계 복심으로 지목된 의원들 모두 출마를 결심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도 잇따라 보수세가 강한 '양지'에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사진 왼쪽부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장제원 '백의종군' 후 응답 없는 親尹

'친윤‧중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주장을 처음 띄운 것은 인요한 혁신위다. 당시 혁신위는 "이 정도는 해야 진정한 혁신"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을 내려달라"며 당 주요 인사들의 퇴진을 압박했다.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김기현 지도부를 포함한 친윤계 인사들이 그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 응답도 있었다. '첫 타자'는 친윤계 복심 장제원 의원이었다. 지난해 12월12일 장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제가 마지막 가진 것을 내려 놓는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받아온 다른 당 지도부·중진·친윤계 의원들도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의 시각과 달리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월까지 '제 2의 장제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만이 지난달 8일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장 의원과 함께 '김장연대'로 불렸던 김기현 의원은 당대표 사퇴 후 현 지역구 '울산 남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이 김 의원의 불출마를 원했다는 후문도 있으나, 김 의원의 5선 의지가 확고한 모습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리와 뚝심으로 우리 당을 지켜온 제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제대로 뒷받침하겠다"며 출마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한때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달 초 의정보고회를 통해 고향 강릉에서의 5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강서 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던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으로 임명되며 당내 입김이 더 강화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의원은 '험지'인 구리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취재에 따르면 본인 지역구(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에서 3선을 노릴 가능성이 우세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험지는 非尹만? '용산 참모들' 양지로

이런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도 '험지'가 아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양지'로 대거 몰리는 모습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1일 기준 용산 대통령실 참모 또는 부처 장·차관 출신 인사 20명이 보수세가 강한 영남에 후보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원외 인사들도 잇따라 '보수 텃밭'에 도전장을 던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40년 지기' 친구인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서울 송파갑'에, 친윤계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부산 수영'에 출마를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위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연이어 출범시킨 가운데, 정작 당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주역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정권 초반 '선당후사'를 말하던 사람들이 총선이 다가오니 '선사후당'으로 변했다"며 "장제원 의원이 뜻이 없고, 명분이 없어서 출마를 안 했겠나"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출마 의사를 표시하는 것과 공천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험지에 출마를 선언하는 반면 대통령실의 핵심 인사들은 양지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양지에 출마한다는 인사가) 누가 있나" 되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 안팎에서 용산 공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엔 "(용산 공천 논란에 대한) 자료의 근거라든가 이런 것들은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본인이 출마 의사를 표시한 것과 공천은 별개의 문제니 지켜봐 달라. 공정하게 공천하겠다는 의지가 우리 당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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