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ㆍ혁신기업] 기업에 꼭 맞는 `AI 맞춤형 플랫폼`… `AI 액티베이터` 변신하는 엔코아
다양한 기법에 대한 '컨설팅·관리 된 데이터·SW' 역량 필요
AI엔진에 해당하는 모델 중 기업들에 선택기준·가이드 제공
기존 데이터, 벡터 DB·지식 그래프 등으로 구조화 작업 해야
명재호 엔코아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데이터 기업'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1997년 창업해 30주년을 3년 앞둔 엔코아다. 이 회사는 '데이터 불모지' 한국에서 27년간 그 중요성을 외쳐왔다. 그런 엔코아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제2의 창업'에 가까운 변화를 시작했다. 전체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축적된 데이터 기술과 솔루션 위에 AI 기술을 더해 'AI 일상화와 활용' 시대를 이끄는 게 목표다.
데이터 전문가 집단에서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수장은 명재호(사진) 대표다. 1998년부터 엔코아에서 몸담으면서 수년간 사업 전반을 총괄해온 명 대표는 올해 1월 대표로 공식 취임해 'AI 시대의 엔코아'를 새롭게 정의해 가고 있다. 엔코아는 작년 10월 SK네트웍스에 인수돼, AI 테크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1994년 SK그룹(선경인더스트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명 대표는 30년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중책을 맡았다.
최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명 대표는 "작년 10월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CES 2024에도 다녀왔다. 현지 AI 스타트업과 AI 투자 기업들을 만나 세상의 변화를 보고자 했다"면서 "그런데 정말 모든 게 AI였다. 데이터 산업에서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리는 데서 머물 게 아니라 AI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AI는 전 산업과 기업, 기관, 개인에 파고들어 '모든 것의 변화'를 가져올 게 확실하다. 휴대전화에도 AI가 심기기 시작했고 일하는 방식부터 생활 양식까지 AI발 대전환이 이미 시작됐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AI 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다 이제 직접 AI 사업을 하는 것으로 접근을 바꾸었고 그 역량을 갖춘 기업 중 하나가 엔코아다. AI를 위해 무조건 갖춰야 하는 게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명 대표는 "국내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인 만큼 AI 역량을 더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AI 컴퍼니'가 될 수 있다. 엔코아를 'AI 넘버원 회사'로 우뚝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AI 중에서도 승부를 걸고자 하는 영역은 분명하다. AI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LLM(대규모언어모델)과 AI 인프라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기업이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와 업무시스템에 AI를 심을 수 있는 뼈대이자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백엔드 AI 플랫폼'이다. 기업들이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면 단일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러 이질적 기술을 융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다.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픈AI, 업스테이지 같은 다양한 LLM을 선택해서 기업에 맞게 최적화하고, AI와 기업 자체 데이터를 모세혈관처럼 연결해서 하나의 유기체같이 돌아가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파이프라인도 매우 복잡하게 연계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고객은 복잡한 것을 몰라도 자연스럽게 쓰면서 깜짝 놀랄 만큼 현명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명 대표는 "그래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개인들도 휴대폰에 AI가 들어오면 개인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더해서 '개인 AI비서'로 쓰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면서 "AI 기술과 인프라 만으론 절대 가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서,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기업에 맞는 진짜 AI가 된다. 그 과정을 도와주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기법에 대한 컨설팅과 정돈되고 잘 관리된 데이터, SW(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요하다. 데이터 원장관리를 위한 블록체인도 연계돼야 한다. 그는 "특히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반모델과 내부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결합하는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이를 직접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니 전문가와 인프라, 플랫폼을 가지고 이를 지원하고자 한다. 이게 엔코아가 꿈꾸는 AI"라고 했다.
AI 엔진에 해당하는 기반모델 중 기업들이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게 좋을지 선택 기준과 가이드를 제공해 기업의 선택을 돕는 게 출발이다. 기반모델과 기술이 결정되면 이를 엔코아의 AI 플랫폼에 플러그인 하면 된다. 기업들은 복잡한 개발과 작업을 직접 할 필요 없이 AI시대에 효과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엔코아는 작년 12월부터 기반모델과 기업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백엔드 AI 플랫폼을 기획해서 개발하고 있다. 플랫폼은 기업 내 데이터 관리와 보안, 개인의 생활 서비스에 유용한 블록체인 기술도 심는다. AI와 연결해서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외부 기술과 솔루션도 연계하는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플랫폼의 앞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기업에 가이드 역할을 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AI 아키텍트들이다. 70명에 달하는 사내 데이터 컨설턴트들이 데이터 기반 AI 전문가인 AI 아키텍트로 새로 탄생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를 AI엔진과 매끄럽게 연결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관심이 높은 벡터 DB(데이터베이스), 지식 그래프 등을 통해 구조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AI에 최적화된 데이터 구조화와 정제도 해야 한다. 엔코아가 잘 하는 영역이다. 엔코아는 데이터 컨설팅에서 시작해 기업들이 쉽게 데이터를 쌓고 관리하고 활용·분석하도록 돕는 솔루션 사업을 양축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AI 도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명 대표는 "이미 실증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있다. 고객들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어떤 기술기업과 협업할지 지 고심해서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기본은 내부 데이터를 탄탄하게 갖추는 것이라고 명 대표는 조언한다. 벡터 DB나 지식그래프를 통해 연결된 내부 데이터에서 답을 얻으면 할루시네이션과 오답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 데이터에 먼저 질문을 던져서 답이 찾고, 답이 없을 경우 외부에 묻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런 전 과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하는 'AI 액티베이터'를 지향점으로 하는 엔코아는 고객의 AI 혁신을 돕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AI 플랫폼 구현과 연결에 그치지 않고 운영까지 해 주는 모델로,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로도 제공된다. AI 관련 시스템은 기업 내에 두되, SaaS(서비스형 SW) 방식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명 대표는 "기업들은 AI 엔진을 내부에 두는 프라이빗 LLM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S(small·경량)-LLM이 주로 쓰일 것"이라며 "현재 내부에서 여러 종류의 LLM과 S-LLM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업들이 각각의 구슬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수요 기업들은 그 중 몇개를 잘 선택해서 꿰어야 한다. 그 과정에 도움을 주는, 마치 보험상품 설계사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변화의 지향점이 정해진 회사는 변화의 열기가 뜨겁다. 직원들은 '다시 스타트업이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명 대표는 "입사 20년 된 분들이 '새로 입사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20년간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다. 데이터라는 기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AI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직원들이 절실히 알고 있으니 모두가 열심히 한다. 각자에게 엄청난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가 투자한 수십개 AI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지향하는 시장은 글로벌이다. 규모와 성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사람이 필요한 일을 줄이고 플랫폼으로 승부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명 대표는 "대부분의 국내 주요 기업은 AI를 고민하고 있다. 초기에 부서별로 시도하던 것에서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AI 플랫폼을 만들고 내부 데이터와 LLM을 연결해 과거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업무시스템과 연결하는 사례가 올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기업들과 비즈니스에 쓰일 수 있는 적용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분기에 플랫폼을 내놓고 'AI 브레인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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