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OCI 통합, '선대회장 유언' 실현할 최선의 길"

송영숙 "장·차남 가처분 신청, 가슴 아픈 일"
"한미 핵심 방향은 분유·식품·진단사업 아냐"

[서울=뉴시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사진=한미그룹 제공) 2024.0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최근 OCI그룹과의 통합을 결정한 국내 제약사 한미그룹이 OCI와의 통합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한미그룹은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이번 통합”이라고 1일 밝혔다.

또 한미그룹에 따르면, 최근 사내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임종윤·임종훈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데 대해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가족 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한미그룹은 2020년 8월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포스트 임성기 리더십의 향방’과 ‘그룹의 지향점’은 임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 회장의 유언과도 같았던 이 말은 당시 함께 있던 송 회장이 메모로 남기며 세상에 알려졌다”며 “임 회장은 ‘우리가 제약, 신약 R&D에 최선을 다하고, 참 많은 약들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우리 인체는 풀지 못한 비밀이 너무나 많다. 이제 남은 너희들이 더욱 R&D에 매진해 그 비밀들을 풀어 나가라. 더 좋은 약, 신약을 만들거라. 그것이 너희들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이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는 한미그룹의 중심에 ‘신약개발’과 ‘R&D’가 단단히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개 프로젝트 마다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 등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 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임종윤 사장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이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인 만큼 이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의 DNA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가야"

한미그룹은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로 그동안 속앓이를 해왔다.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작년 10월 3만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미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해외 사모펀드가 송 회장에게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했으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장녀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아버지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송 회장과 깊이 논의했다”며 “이때 제시된 OCI그룹과의 통합안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회장의 결단이 진전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의 결단에 만장일치라는 의사 결정으로 힘을 실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던 한미그룹이 통합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며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으며,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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