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도 집착한 숫자 23…"수에 대해 비판적 태도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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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은퇴 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는 23번이었다.
그러나 45번을 단 조던은 더 이상 세계 최고 선수가 아니었다.
앤더슨은 경기 후 "45는 23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조던은 "내가 23번 이외의 셔츠를 입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것은 정신적인 믿음의 문제"라고 했다.
책에 따르면 적어도 4만년 전부터 인간은 수를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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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차 은퇴 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는 23번이었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의 3연패를 이끈 후 은퇴했다가 1년 만에 코트로 복귀했다. 그때 받은 등번호는 45번. 그러나 45번을 단 조던은 더 이상 세계 최고 선수가 아니었다.
1995년 동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PO) 1차전. 조던은 경기 종료 6초를 남겨두고 공을 잡았으나 올랜도 매직의 닉 앤더슨에게 볼을 빼앗겼다. 설상가상으로 1.5초를 남기고선 패스 실수까지 저질렀다. 시카고 불스는 91-94로 패했다.
앤더슨은 경기 후 "45는 23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조던은 "내가 23번 이외의 셔츠를 입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것은 정신적인 믿음의 문제"라고 했다. 조던의 부진 속에 시카고 불스는 그해 PO에서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다음 시즌 등번호를 23으로 바꿨고, 그가 이끄는 시카고 불스는 내리 3연패를 달성했다.
경제학자 미카엘 달렌과 헬게 토르비에른센이 함께 쓴 신간 '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김영사)는 수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는 수의 동물"이라고 주장하며 역사, 인간 신체, 인간관계, 사회 등 수와 얽힌 다양한 인간사를 설명해 나간다.
책에 따르면 적어도 4만년 전부터 인간은 수를 셌다. '르봄보 뼈'에는 29개의 눈금이 발견됐고, 그로부터 1만년 후에 나온 '늑대 뼈'에는 5개씩 묶인 55개의 눈금이 있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5와 10을 기본 리듬으로 하는, 즉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근간으로 하는 여러 수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인류는 곧 수에 매혹됐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이 수와 관련 있다고 믿었다. 홀수는 남성적이며 밝고 선하고, 짝수는 여성적이며 어둡고 사악하다고 여겼다. 이슬람은 '7'을 온전한 수로 신성시했고, 기독교인들은 '6'을 불온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인들은 '8'을 길하다고 믿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8월8일 8시8분8초에 시작된 것도 그런 믿음에 근거했다.
수는 행복과도 관련이 있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으면 행복감이 올라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좋아요'를 많이 받는 자기 사진을 보면 보상과 관련된 영역과 사회적 뇌라 불리는 영역 등에서 활동성이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선 '좋아요' 수가 많으면 자신감이 커지고, 적으면 자신감이 줄어든다는 결과도 나왔다. '좋아요'를 받는 것이 뇌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상태다. 많은 이들이 SNS에 탐닉하는 이유다.
수는 행복뿐 아니라 불행을 조장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에 상처받는다. 하버드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응답자 중 절반이 동료가 25만 달러를 벌고 자신은 10만달러를 버는 상황보다 동료가 2만5천달러를 벌고, 자신이 5만 달러를 버는 상황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저자들은 "직장에서 봉급이 가장 낮은 사람이 되느니 봉급 절반을 포기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는 "상당히 놀라운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수가 개인의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 인사평가 시 정량평가의 부작용, 자산 변화를 매일 모니터링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 지수, 수가 내포하는 진실성의 정도, 수에 담긴 확증편향과 주관성 등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수는 영원하지도, 보편적이지도, 항상 정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며 "수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라. 수는 부정확할 수도,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일 세 조각은 항상 과일 세 조각이다. 그 수는 객관적이다. 하지만 3이 과일 맛을 나타내는 점수라면, 수는 바로 주관적인 것이 된다."
이영래 옮김. 23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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