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특수교사 1심 유죄 판결 후 “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2024. 2. 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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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자신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판결 직후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 씨는 1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 씨의 아동학대 혐의 선고 공판을 아내와 함께 방청한 뒤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A 씨의 일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정서 학대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주 씨는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며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이해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주 씨는 “특수교사 선생님의 사정을 보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가중된 스트레스가 있었고 특수반도 과밀학급이어서 제도적 미비함이 겹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 씨는 현재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인 자녀는 자폐를 앓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대법원에서 ‘몰래 한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해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씨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방송을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A 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몰래 녹음한 부분을 재판부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몰래 녹음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 관계가 상당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교사들과 특수교사들도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지 하는 우려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A 씨의 또 다른 변호인 전현민 변호사도 “감정적인 발언 부분이 있지만 당시 사정 등을 보면 정서적 학대라고 보기에는 좀 어렵지 않냐는 입장”이라며 “피해 아동이 장애아동이라 명확하게 알려줘야 하는 부분도 있고, 당시 (피해 아동이 연루된) 학폭 사건이 있다 보니 아동을 좀 강하게 훈육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학부모와 교사 대립각으로 되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행히 선고유예가 나오기는 했지만, 유사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교사나 교육청 입장에서 항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A 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주 씨 측은 녹음된 내용을 토대로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주 씨 측은 특수교사를 무리하게 고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또한 부모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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