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역사, 영화는 영화” 日오펜하이머 결국 개봉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일생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가 3월 29일 일본에서 개봉한다고 일본의 영화 배급사 비터즈엔드가 1일 밝혔다. 이 영화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지 8개월 만이다. ‘오펜하이머’는 유럽·중동·남미 등 전 세계에서 흥행했는데, 원자폭탄 피폭 당사국인 일본에서는 개봉 여부를 놓고 6개월 넘게 논란이 일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8월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의 상처가 남아 있는 일본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버거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일본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들은 “영화 개봉 여부를 두고 과열됐던 찬반 논란이 가라앉으면서 개봉일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배급사가 개봉일과 함께 공개한 일본판 영화 예고편 영상과 포스터도 화제가 됐다. 1분 34초 길이의 예고편은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주연배우 킬리언 머피가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이때 “한 천재 과학자의 창조물이 세계를 바꿨다. 그 세계에서 우린 아직 살아 있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일본 배우 와타나베 겐이 녹음한 이 내레이션은 실제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인류 최초의 ‘전쟁 중 원자폭탄 투하’라는 과거사의 상처를 상기할 관객들을 위해 배급사가 예고편에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편 후반부엔 오펜하이머 스승 닐스 보어(케네스 브래나 분)가 오펜하이머에게 “너는 인류에게 ‘멸망시킬 힘’을 줬다. 이 세계엔 너무 이른 힘”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정장 차림의 극중 오펜하이머가 중심이 된 포스터 오른쪽에는 “이 남성이 세계를 바꿔버렸다”는 문구가, 포스터 하단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세계 운명을 손에 쥐었던 천재 과학자의 영광과 몰락”이라고 적혔다.
‘오펜하이머’는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傳記)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이다. 최근까지 약 9억5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거뒀다. 한국에선 광복절이었던 지난해 8월 15일 개봉해 관객 수 300만명을 넘겼다. ‘오펜하이머’는 지난달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상 등 5부문을 휩쓸었다. 또 다음 달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감독·각색상 등 13부문 후보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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