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은 괴물 유격수 짝이 될 수 있을까… 주전 2루수 경쟁 분석, 뜯어보니 해볼 만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피츠버그가 자랑하는 특급 유격수 유망주인 오닐 크루스(26)는 2023년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30홈런-30도루를 해보겠다”는 당찬 각오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취재진은 물론 팬들, 그리고 전문가들은 모두 “그럴 재능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장 2m가 넘는 거구 유격수로 메이저리그 전체의 시선을 사로잡는 크루스는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자신의 재능을 거침없이 뽐냈다. 긴 스탠스에서 나오는 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천부적인 어깨를 이용한 레이저같은 송구, 여기에 2m의 거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의 폭발적인 주력까지 선보였다. 선천적인 힘은 역대급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였다. 피츠버그의 모든 관계자들이 크루스가 팀의 유격수 자리를 오랜 기간 지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덜 다듬어진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크루스는 정작 지난해 9경기 출전에 그쳤다.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 시즌 내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다행히 2024년 개막전에는 출전 대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리포트가 나온다. 그렇다면 피츠버그의 유격수는 크루스의 자리가 될 것이 매우 유력해보인다. 이제 관심은 누가 크루스의 짝이 되느냐다.
피츠버그의 2루수 자리는 최근 몇 년간 혼란의 연속이다. 구단은 마이너리그에서 가능성을 내비친 내야 자원들을 죄다 2루수 자리에서 실험하고 있다. 어차피 유격수 자리에는 크루스가 있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을 2루에 둬 무한 경쟁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피츠버그의 2루수 운영을 보면 이런 무한 경쟁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2루수 자리에 나선 선수만 6명이었다. 배지환을 비롯해 로돌포 카스트로, 리오버 페게로, 닉 곤살레스, 마크 마타이스, 비니 카프라까지 많은 선수들이 2루에 나가 테스트를 거쳤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도 2루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결국 어떤 선수도 2루수 포지션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2루수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간 배지환의 어깨도 무겁다. 올해 2루를 굳히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팀 내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확실한 주전 2루수가 되면 당분간은 쭉 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팀의 2루수 구상에서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1일(한국시간) 피츠버그의 2루수 경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MLB.com은 ‘피츠버그의 명단에는 주전 경쟁이 몇 군데 있지만, 2루수만큼 복잡하고 넓게 열려있는 자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2루는 확실한 선수 없이 모든 선수들에게 다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MLB.com은 스프링트레이닝 시작 보름을 앞두고 피츠버그의 2루 경쟁에 뛰어들 선수로 총 5명을 손꼽았다.
지난해 실적이 있는 배지환(25)이 가장 앞서 있기는 하다.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배지환은 마이너리그 각급 레벨을 모두 거친 뒤 2022년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다. 2022년 메이저리그에서 10경기에 나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팀의 주전 2루수는 물론, 중견수까지 소화하며 111경기에 나가 입지가 더 넓어졌다. 특히 리그 최고 수준의 빠른 발은 팀 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상황 판단에서 몇몇 지적받을 부분은 있었지만 워낙 빠른 발로 한 경기에서도 2~3개씩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2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몇몇 실수는 코칭스태프가 “다 배워가는 과정”이라며 감싸 안았을 정도다.
하지만 배지환도 지난해 공격 생산력에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111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231, 출루율은 0.296에 머물렀다. 조정 OPS(OPS+)는 67로, 비교권 대비 33%가 떨어졌다. 빠른 발로 가치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주전 2루수 혹은 확실한 26인 로스터 선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어차피 장타를 크게 기대받는 선수는 아니기에 출루율을 높여 자신의 베이스러닝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MLB.com 또한 배지환에 대해 ‘배지환은 지금 피츠버그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 중 가장 빠른 선수이며 리그 전체적으로도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다. 그의 평균적인 홈에서 1루까지의 속도는 4.05초인데 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기록이었고, 29.7피트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메이저리그에서 16번째로 빨랐다’며 배지환의 주력에 주목했다. 실제 배지환은 워낙 좋은 탄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데다 좌타자라는 이점까지 등에 업고 홈에서 1루까지의 도달 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로 등극했다.
하지만 MLB.com은 ‘배지환은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있을 만큼 출루하지 못했다. 그의 2023년 출루율은 0.296이었고, 후반기(.288)에는 더 나빴다’고 지적했다. 베이스러닝 가치를 보여주려면 일단 누상에 나가야 하는데 출루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지환의 장기를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다. 만약 배지환의 출루율이 더 높았다면 자연히 도루 개수는 더 많아지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배지환은 지난해 90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30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데 그쳤다. 올해 성사는 여기에 있을 지 모른다.
이어 MLB.com은 ‘그는 파워에 대한 위협이 크지 않으며, 지난 시즌 2개의 홈런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타자 258명 중 6번째로 낮은 타석당 배럴 타구 비율(1.3%)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MLB.com은 종합적으로 배지환의 타격이 장타를 동반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의 주요한 무기가 될 수는 없고, 대신 스피드를 고려하면 중견수를 볼 수 있는 팀의 네 번째 외야수로도 기용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배지환의 장타력이 극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배지환의 장기가 장타는 아니기 때문이다. 2루타 이상의 장타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홈런 개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다. 결국 배지환이 2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줌은 물론 뛰어난 주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이 나가야 한다. 올해 과제는 출루율이 될 공산이 크다. 출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타율 향상은 물론 볼넷의 증가도 있다.
다만 배지환의 경쟁 구도 자체가 아주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나머지 후보들은 배지환보다 더 확실한 장기가 없거나, 아직 메이저리그 경험이 배지환보다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츠버그가 큰 마음을 먹고 외부에서 확실한 FA 2루수를 사올 가능성도 떨어진다. 배지환으로서는 해볼 만한 경쟁이다. 여기에 배지환은 지난해 중견수로도 뛸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26인 로스터 합류는 확정적이다. 주전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느냐만 남은 셈이다.
MLB.com은 배지환과 2루에서 경쟁할 후보로 닉 곤살레스(25), 리오버 페게로(24), 제라드 트리올로(26), 알리카 윌리엄스(25)를 뽑았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메이저리그 데뷔 시점도 비슷하다. 그래서 서로 마이너리그부터 잘 아는 동료들이기도 하다. 각자 장점과 단점이 있어 누가 이 경쟁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양상이다. 시즌에 들어가봐야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곤살레스는 지난해에도 배지환과 2루에서 경쟁한 선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로 35경기에서 타율 0.209, 출루율 0.268을 기록했다. 2루수와 유격수를 다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배지환보다도 못한 공격 생산력에 머물렀다. 역시 공격에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MLB.com 또한 ‘곤살레스는 평균 이상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출루시 위협적인 선수다. 그는 마이너리그 모든 레벨에서 안타를 만들어내며 통산 세 레벨에서 타율 0.288을 기록했다. 평가자들은 그를 콘택트에 강한 타자라고 간주하고 있지만, 트리플A 99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힘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그것이 곤살레스의 메이저리그 첫 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0.209의 타율에 그쳤고, 출루율은 0.268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했다.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주전급 선수는 아니라도 단정했다.
페게로에 대해서는 ‘틀림없이 이 그룹 최고의 파워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한 배지환 다음으로 팀에서 두 번째로 빠른 선수’라면서 선천적인 운동 능력에 대해 칭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게로의 지난해 출루율은 0.280에 머물렀고 단지 8개의 도루만을 시도할 수 있었다. 일관되지 않은 콘택트로 장타율은 0.328로 예상 장타율(.374)보다 낮았고, 경기에서 타구 절반 이상이 땅볼이었다’고 평가했다. 배지환-곤살레스와 달리 파워는 가지고 있으나 아직 덜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트리올로는 20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고, 지난해 54경기에서 타율 0.298, 출루율 0.388, 3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공격력에서는 나머지 후보자들을 압도한다. 다만 주로 3루로 나갔고 2루 적응은 또 지켜봐야 한다. MLB.com은 그의 공격력과 3루 수비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오히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그를 2루에 정착시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마지막 후보인 윌리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46경기에 나갔다. 주로 유격수로 출전했는데 타율 0.198, 출루율 0.270으로 역시 공격에서 어려움을 드러냈다. MLB.com은 마이너리그 공격 성적이 뛰어나고 발도 빠른 편이지만 역시 그 공격력이 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타구 속도와 장타율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스프링트레이닝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관건이라고 뽑았다.
즉, 배지환이 안심할 만한 경쟁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할 만한 경쟁도 아니다. 대다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가장 경험이 많은 배지환에게 우선권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배지환도 비슷한 나이대의 경쟁자들이 많은 만큼 이 우선권에 확실히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 배지환의 2024년이 그의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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