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군마현, ‘징용 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내 철거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2024. 2. 1. 13: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철거된 모습이 1일 확인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추도비 철거에 대해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시 중지할 것을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에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군마현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자리에 굴삭기로 철거돼 산산조각이 난 콘크리트 조각이 쌓여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헬리콥터를 타고 ‘군마의 숲’ 상공에서 철거 장면을 찍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철거된 모습이 1일 확인됐다. 추도비가 있던 자리에는 굴삭기로 산산히 부수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쌓여 있었다.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공터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군마의 숲’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조선인 추도비 철거 현장을 포착해 보도했다. 군마현 측은 철거가 시작된 29일부터 2주간 공원을 폐쇄하고 취재진을 비롯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공원 주변에서는 내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일본 군마현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자리에 굴삭기로 철거돼 산산조각이 난 콘크리트 조각이 쌓여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헬리콥터를 타고 ‘군마의 숲’ 상공에서 철거 장면을 찍었다. 아사히신문 제공

지난달 31일 오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군마현 측이 부른 것으로 보이는 굴삭기가 추도비 자리에서 추도비 단상 등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를 부수고 있다. 산산조각난 콘크리트 더미는 트럭에 실려 치워졌다. 추도비 옆에 있던 높이 4m 정도의 금색 탑 모양 기념물은 파란색 덮개에 쌓여 옆으로 뉘어 있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가 철거된 자리. 산산조각이 난 추도비가 치워진 자리는 공터가 됐다. 아사히신문 제공
철거 전 추도비에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고 적힌 금속판과 건립 취지가 쓰인 안내문 등 팻말 3장이 붙어 있었다. 이 팻말은 추도비가 철거되면서 소유주인 시민단체 측에게 전달됐다.

군마현 시민단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측은 이 사진을 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시설을 공권력이 마음대로 없애는 걸 용서할 수 있을까”라며 “분노를 느낀다. 군마현이 역사의 큰 죄를 남겨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군마현 추도비는 지역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2004년 ‘군마의 숲’에 세워졌다. 과거 일본 육군 화약공장이 있던 곳으로, 1974년 시민공원으로 개장했다. 추도비에 붙어 있던 안내문에는 “일본이 조선인에 대해 크나큰 손해와 고통을 입힌 역사 사실을 깊이 기억에 새기고 진심으로 반성하여 (중략)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상호 이해와 우호를 바란다”라고 쓰여 있었다.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의 철거 전 모습. 일반인에게 마지막으로 개방된 지난달 28일 일본 시민들이 모여 헌화하고 철거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카사키=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 모임에서 참석자가 “강제연행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발언을 일본 우익 세력이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애초 10년간 설치 허가를 내줬던 군마현은 연장을 불허했고 2022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지자체의 불허 결정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했다. 군마현의 철거 요청을 시민단체가 거부하면서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가 이뤄졌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지방자치단체의 결정 사항으로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정부는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추도비 철거에 대해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시 중지할 것을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군마현 지사에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