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야구할지 모르지만…" SK→KIA→NC 가는 팀마다 우승, 한화에서도 꿈꾼다
[OSEN=이상학 기자]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네요.”
한화 베테랑 외야수 이명기(37)는 우승 복이 있는 선수다. 인천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SK(현 SSG)에 입단한 이명기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없어 우승 반지는 받지 못했지만 2008년, 2010년 우승 시즌에 1군 경기를 짧게 뛰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1군에 두각을 드러내며 주축 선수로 올라선 이명기는 2017년 4월 KIA로 트레이드된 뒤 주전 선수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2019년 7월에는 다시 NC로 트레이드됐는데 이듬해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됐다. NC, KIA에선 당당히 우승 반지를 손에 꼈다. 우승 반지 2개가 그의 집 장식장에 진열돼 있다.
그 옆에 하나 더 놓고 싶은 게 이명기의 마음이다. 가는 팀마다 우승한 것에 대해 이명기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내가 선수 복이 있는 것 같다. SK, KIA, NC에 항상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성적이 나는 팀에 내가 있었을 뿐이다”며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한화에서도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팀을 옮긴 이명기는 “작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꼴찌를 안 했다. 같이 해보니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다들 착하고, 열심히 하더라. 충분히 더 위를 봐도 될 것 같다. 이 선수들과 같이 우승할 때까지 나도 같이 하고 싶다. 그때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올해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군 14시즌 통산 타율 3할5리로 3000타석 이상 타자 중 역대 18위, 현역 10위에 빛나는 이명기는 최근 2년간 주춤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불운도 있었다. 4월7일 대전 SSG전에서 5회 2루 도루를 하다 오른쪽 발목이 꺾인 게 것이다. 비골 말단부 고절로 수술을 받아 4개월 반 동안 재활을 해야 했고, 10월에 1군 복귀했지만 14경기 타율 1할7푼5리(40타수 7안타)로 한화 이적 첫 시즌을 마쳐야 했다.
이명기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앞서다 보니 부상이 왔다. 항상 하던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1년 가까이 쉬었기 때문에 주전 경쟁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뒤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 야구를 한 날보다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회 없이 할 수 있도록 캠프부터 준비를 잘해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2월 중순에야 FA 거취가 결정되면서 1군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한 이명기는 올해 한화 호주 멜버른 1군 캠프를 시작부터 함께한다.
무주공산이었던 한화 외야는 올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지난해 홈런 10개를 터뜨린 이진영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인호가 두각을 드러낸 가운데 새 외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와 함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42세 최고참 김강민이 합류했다. 내야 경쟁 여파 속에 정은원, 문현빈, 김태연도 외야 겸업을 나선다.
이명기에게 보장된 자리가 없지만 통산 3할 타자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기도 마지막을 다시 한 번 불태울 의지로 충만하다. SK 시절 함께한 선배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로, 동기 이재원이 방출 후 이저으로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은 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이명기는 “강민이형은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야구를 하기 위해 팀에 왔다. 재원이도 SSG에서 주축으로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했는데 많은 것을 내려놓고 왔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 팀을 옮기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야구를 위해 열정 있는 모습에 나도 느끼는 게 많았다. 자극이 많이 되고, 의욕이 불사르게 됐다”고 말했다.
KIA 시절 절친하게 지낸 안치홍까지 한화에 오면서 옛 동료들과 재회한 이명기는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랑 말년에 다시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올 시즌 재미있을 것 같다. 팀이 많이 이겨서 그 재미가 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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