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수배범 닮았네”… 숨어살던 日폭파범 보인 반응은
1974~1975년 일본 주요 기업 건물을 상대로 폭발물 테러를 벌인 이른바 ‘연쇄 기업 폭파 사건’ 핵심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70)가 49년 전 지명수배된 직후 한 주민으로부터 “수배범과 닮았다”는 말을 들었으나, 능청스럽게 부인하며 상황을 모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일본 민영방송 TBS 보도에 따른 당시 상황은 이렇다. 기리시마가 연쇄 기업 폭파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1975년 여름, 그는 ‘우치다 히로시’란 가명으로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의 한 공장에 고용됐다. 종업원 소개로 ‘우치다’를 만난 공장 사장은 그에게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배 전단 사진에 있는 사람과 닮았다”고 했다.
이에 당시 ‘우치다’는 “농담 마세요, 저 아니에요”라 대답했다. 이후 사장과 차를 마시며 이야길 이어갔고 다음날까지 공장을 찾아 근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2~3일쯤 지나 출근하지 않았다.
공장 사장은 당시 만난 ‘우치다’에 대해 “수배 전단 속 (기리시마의) 사진과 매우 비슷했고 안경은 안 쓰고 있었다”며 “얌전하고 과묵했다. 일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첫 만남 이후 2년쯤 지나 우연히 재회했는데, 이때 ‘우치다’는 “후지사와 한 토목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로써 기리시마는 지명수배된 직후부터 본거지였던 도쿄에서 약 60㎞ 떨어진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정착해 ‘우치다’란 가명으로 신원을 숨기고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 사장 증언처럼 그는 후지사와의 한 토목회사에서 최근까지 50년 가까이 일했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치다’는 동네 단골술집 직원과 직장 동료들에게 ‘우얀’ ‘웃치’란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사회생활이 원만했다고 한다. 그가 1999년쯤부터 월 1회 이상씩 다닌 바(BAR) 직원들은 “여느 아저씨와 다를 게 없었다. 음악 듣는 걸 특히 좋아했다”고 했다.
약 1년 전 가나가와의 한 병원에서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우치다’는 지금에서 약 보름 전 병세가 악화해 입원했다. 지난달 25일 “최후는 본명으로 맞고 싶다”며 병실 간호사에게 자신이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밝혔다. 입원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다 지난달 29일 숨졌다.
기리시마의 시신은 친족이 인수를 거부함에 따라 31일 가나가와 경찰서에 안치됐다. 경찰은 그와 기리시마 친족들의 DNA 대조를 통한 신원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후에 그가 기리시마라고 밝혀지면 ‘용의자 사망’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다. 현지 법률 전문 매체 벤고시닷컴은 “일본 재판에선 사망자에게 유·무죄 판결이 내려지지 않는다”며 “피의자가 죽으면 불기소된다”고 전했다.
기리시마는 1970년대 도쿄 메이지가쿠인대 재학 시절 극좌 테러 집단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에 가입해 1974~1975년 연쇄 기업 폭파 사건에 가담했다. 이중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건물 폭파(1974년 8월)로 8명이 죽고 38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975년 4월 도쿄 긴자 한국산업경제연구소 폭파 사건으로 기리시마는 꼬리가 잡혀 이듬달 지명수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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