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는 정치의 해"…경제핵심 3중전회 더 미뤄진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2.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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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치국 회의 주재…미뤄진 3중전회, 다음 달 양회 이전 개최 어려울 듯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에서 존 리 홍콩 행정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0일 '친중 애국자'만 출마한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사상 최저 투표율(27.5%)을 기록했지만 홍콩 정부가 구의회 체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치하했다. 2023.12.19.

중국이 중화민국 건국 75주년을 맞은 올해 정치적 사회 통제와 당 규율 강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경제정책의 핵심이 논의되는 '3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더 미뤄질 전망이다. 강력한 정치적 통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인 지난달 31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전국인민대표회의 업무보고를 청취했다.

CCTV는 "회의에선 2024년이 건국 75주년이자 14차 5개년계획의 목표와 임무를 달성하는 중요한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5개 당 조직은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정치에 중점을 두고 당의 전략계획을 지속적으로 관철할 것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 역시 이번 회의와 관련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야 한다는 데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선 이번 정치국회의 결과와 관련해 새해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보다는 정치적 통제 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설계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부진한 경제 회복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가운데 중국 지도부의 성명은 정치적 통제와 당 규율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상무위는 성명에서 "경제의 효과적 질적 제고와 합리적 양적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경제 정책 비전은 논의하지 않았다. 대신 "시진핑 시대 사회주의에 대한 학습과 이론적 무장, 당원과 간부들의 당 혁신론 학습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상당 분량을 할애해 강조했다.

관심을 모았던 3중전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중국 안팎의 경제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예정됐던 3중전회가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에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중전회는 이듬해 경제정책을 사실상 결정하는 회의다. 지난해 예정됐으나 개최되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SCMP는 "중앙정부가 양회에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수는 있으나 현재로서는 경제성장을 유일한 우선순위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며 "안정적 경제성장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지만, 올해는 정치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중국의 정책설정은 미국 대선의 해를 맞은 가운데 미중 갈등이 보다 첨예해질 것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은 지난 연말 정상회담을 통해 일정 갈등을 완화하고 대화채널을 열었다.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향적 관계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브라이언웡 홍콩대 교수는 "이번 정치국 회의의 최우선순위는 국가안보와 잠재적 외국 간섭에 대한 방어라고 봐야 한다"며 "그 다음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조율 및 당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간부들에 대한 단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고용과 다른 경제활성화 문제들은 분명 정치적 요소보다 낮은 순위에 있으며 GDP(국내총생산) 목표도 예상보다 중요도가 낮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어젠다에서 경제가 후순위로 밀렸지만 일정 수준의 경기부양책은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최근 상하이와 선전, 홍콩 증시 급락에 대비해 당국에 장기 투자자를 중국 자본시장에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 중앙정부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정부의 간절한 요구를 계속해서 외면하기도 어렵다. 3월 양회를 앞두고 각 지방정부가 일제히 지방양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최대 화두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떠오른다. 중앙정부가 이를 직접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면 청년 실업문제라는 더 큰 폭탄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전국 평균 실업률은 5.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낮아졌지만 12월 기준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을 크게 웃도는 14.9%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국내외의 눈총을 받으며 통계기준을 바꿔 받아낸 성적표다. 통계기준 변경 전인 6월 청년실업률은 통계 실시 이후 최악인 21.3%였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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