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신성 박태준, 7전8기 끝에 장준 넘고 파리행 티켓 따내
1일 제주 한라체육관.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대표 선발전에 나선 박태준(20·경희대)과 장준(24·한국가스공사)이 공격을 성공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체육관을 울렸다.
이날 두 선수만 따로 선발전을 치른 이유는 올림픽에 한 체급당 한 국가에서 한 선수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준은 올림픽 랭킹 3위, 박태준은 5위라 둘 다 올림픽 출전 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에서 대한태권도협회는 두 선수가 3전2선승제로 맞붙어 승자가 파리행 티켓을 가져가게 했다.
장준은 한국 태권도 경량급의 간판 스타. 2019 맨체스터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걸었다. 이에 맞서는 박태준은 한국 태권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작년 바쿠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이날 선발전에 앞서 상대 전적은 장준이 7전7승의 절대 우세였다.
1차전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장준에게 1라운드를 4-6으로 내준 박태준은 2라운드에서 공격이 살아나며 12-5로 이겼다. 그는 그 기세를 몰아 3라운드에선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회심의 얼굴 공격을 적중하며 11-8로 승리, 라운드 스코어 2대1로 처음으로 장준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2차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왔다. 박태준은 1라운드에서 장준에게 4-7로 패했지만, 2라운드를 4-2로 잡았고, 3라운드에서도 9-5로 승리, 이번에도 라운드 스코어 2대1로 이겼다.
3전2선승제에서 2승을 먼저 따내며 꿈에 그리던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박태준은 정을진 경희대 코치와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태준은 “어릴 때부터 올림픽만 보고 운동을 했는데 꿈을 이뤄 정말 기쁘다”며 “두 경기 모두 1라운드를 먼저 내줬지만,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집중력을 유지한 것이 승리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날 박태준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장준을 ‘7전8기’ 끝에 두 번 연속 넘으며 포효했다.
그는 “지난해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천적이라 불리던 천위페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에 1승8패로 밀리다가 지난해엔 8번 만나 6번 이기며 세계 최강자로 올라섰다. 박태준은 “수비적인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체력도 길러 파리에선 꼭 금메달로 종주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 선발전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남자 58kg급이 파리 올림픽에서 유망한 메달 종목이기 때문이다. 종주국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역대 최소인 3~4명만 나갈 위기에 처했다.
태권도는 2016 리우 올림픽부터 한 국가가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명을 내보낼 수 있는데 한국은 리우에는 5명, 도쿄엔 6명이 출전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출전 티켓을 현재 3장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날 파리행 티켓을 거머쥔 박태준과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여자 67kg초과급), 작년 12월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우승한 서건우(남자 80kg급)이 파리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선수다. 여기에 여자 57kg급에서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1장을 더 따낼 수 있어 최대 4명이 파리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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