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왜 운동권 청산에 집착할까?

정승혜 luxmundi@mbc.co.kr 2024. 2. 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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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운동권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어제 한 토론회에 보낸 축사에서 "운동권 출신 386세대 정치인이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국민과 민생은 도외시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면서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운동권 특권 세력을 대체할 훌륭한 인물들을 내세워 그들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우리 정치의 중심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마포을 정청래 의원 맞상대로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 발표하기도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달 17일에도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맞수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전격 발표했을 때인데요.

한 위원장은 "서울 마포을에 정청래 의원이 있다. 개딸민주주의, 개딸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개인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 의원"이라면서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않다"면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한 겁니다.

공천심사를 하기도 전에 한동훈 위원장이 공천을 확정 발표해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냐는 논란과는 별개로, 한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민주당 운동권 출신 현역의원들과 맞붙을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동훈 위원장의 기류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걸까요?

서울 중구·성동갑 출마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역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운동권은 시대에 맞는 정치를 못 하고 있다”면서 "운동권은 이미 탱자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尹 "공산전체주의· 이념 카르텔 청산"을 이어가는 것일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 구호가 '브랜드 뉴'는 아닙니다.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이념 카르텔 청산"을 지난해 내내 강조했기 때문일 겁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언급한 "이념 패거리 카르텔 청산"이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으로 이어지고, 국민의힘이 4월 총선에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맞붙을 상대를 적극적으로 내보내는 걸로 구체화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 "운동권 청산"으로 이번 총선 이길 수 있을까?‥유권자들의 관심 파악해야

일단 지금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을 총선 구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여당 심판론"은 누가 야당이 되든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직관적이어서 유권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맞서 방어해야 하는 여당은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야당 발목잡기론" 등을 내세우곤 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운동권 청산"을 선택했나 봅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운동권 특권 청산"이 먹힐 수도 있었습니다. 권력을 잡고 있을 때이니까요. "부패한 정치권력"이라고 비판해도 유권자들에게 통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운동권 세력"이 야당입니다. 구체적인 비리 스캔들이라도 터지지 않는 다음에야 권력을 잡고 있지 않는 야당을 향해 "운동권 특권 세력"으로 공격하고 대대적인 '자객 공천'을 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타깃이 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기분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체급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을 테니까요.

대다수 국민들, 동료 시민들은 야당보다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이끌어가는 여당이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줄지 관심이 있습니다. 왜? 뽑아줬으니까요. 그래서 기대에 맞는 역할을 해주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을 표출합니다. 이번에는 4월 총선이 그런 민심을 보여줄 중간 선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운동권이 철 지난 것은 맞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그들이 정치권에 들어온 지도 수십 년입니다. 386이 586이 되었고, 곧 686이 되겠죠.

새로 정치권에 입문한 한동훈 위원장이 '철 지난' 운동권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새로운 총선 캐치프레이즈를 개발하는 편이 야당의 "정부 심판론"에 맞서 총선을 이기는 전략이 되지 않을까요.

정승혜 기자(luxmund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567715_36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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