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호주 "잘하는 것 없어 보여도 '늪 축구'…선제골 내주면 힘들다"
"한국, 자신감과 집중력 올라왔지만 체력 부족"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 전문가들이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 대해 한국의 우위를 점치면서도 선제골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경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진출을 다툰다.
E조 2위(1승2무·승점 5)로 토너먼트에 오른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승리, 8강에 올랐다.
호주는 B조를 2승1무(승점 7), 1위로 통과한 뒤 16강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했다. 호주는 조별리그에선 성적에 비해 경기력은 신통치 않다는 평가도 많았으나, 인도네시아전 승리를 기점으로 강호다운 모습을 되찾은 분위기다.
호주는 AFC로 편입된 2007년 대회부터 참가해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2015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서 한국을 꺾고 정상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선 호주는 과거 팀 케이힐과 마크 비두카처럼 유럽에서 뛰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하지만 특유의 우직함과 높이를 갖추고 있어 상대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호주가 꽤 까다로운 상대라고 입을 모았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호주는 흔히 말하는 '늪 축구'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상대가 강팀이건 약팀이건,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우리와의 경기에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위협적인 상황을 최대한 안 내주면서 1~2골을 '딸깍' 넣어 결과를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호주는 지난 4경기 모두 크게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없었다. 대승의 인도네시아전 역시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뒤 나온 2골 덕에 처음으로 큰 점수 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매 경기마다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호주는 단조롭고 지루하고 잘하는 게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높이와 힘이 좋아서 매 경기 어떻게든 1골 정도는 넣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역시 쉽게 실점은 안 한다. 우리가 사우디를 상대로는 막판에 내려앉은 수비진을 상대로 쉽게 두들겼는데 호주가 내려앉으면 그것보다는 훨씬 견고하다. 준비한 대로 성실하게 뛰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많아 수비진에 틈이 잘 안 생긴다"는 견해를 냈다.
한 해설위원은 선제골이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매 경기 1골은 넣을 수 있는 호주를 상대로 우리가 실점을 안 내줄 수 있는지, 아울러 안정적으로 경기를 끌어가려는 호주의 의도를 막고 우리 페이스로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지난 사우디전에서 '깜짝 스리백'을 꺼내, 부실했던 수비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 해설위원은 호주를 상대로는 스리백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는 원 톱을 쓰는 팀이고 그마저도 최근 전방 공격진의 컨디션은 떨어져 있는 팀이다. 그래서 후방에 3명이나 두는 건 낭비"라면서 "반면 2선은 잭슨 어바인과 라일리 맥그리 등 3명의 미드필더 왕성한 활동량을 갖고 있다. 스리백을 쓰며 중원에 두 명만 두면 허리싸움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무엇보다 호주전은 체력 회복이 큰 변수로 꼽힌다. 현지 시간 기준 호주는 28일 낮 16강전을 치른 반면, 한국은 30일 밤에 경기를 마쳤다.
한국이 한창 사우디와 혈전을 벌이고 있을 때 호주는 이틀 휴가를 다녀온 뒤 저녁 식사를 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심지어 호주는 여유로운 대승을 거둔 반면 한국은 120분 혈투를 치렀다.
신문선 해설위원은 체력적으로 뒤져 있는 한국이기에, 그만큼 선제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축구의 3요소 중에 '3C'가 있다. 하나는 자신감(Confidenc), 두 번째는 집중력(Concentration), 마지막이 컨트롤(Control)"이라면서 "지금 우리는 사우디전 승리로 자신감과 집중력은 올라와 있다. 그런데 마지막 요소 컨트롤이 문제"라고 짚었다. 상대보다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컨트롤이 이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신 해설위원은 "지금은 다들 들떠 있겠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몸이 마음만큼 안 움직일 것"이라면서 "선수들도 똘똘 뭉친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운동장 안에서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그럴수록 선제골로 리드를 가져와야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유리하게 경기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해설위원은 체력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는 "과거의 한국 축구는 호주의 높이에 밀려 고전한 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한국이 호주에 피지컬에 밀리는 것은 옛말이 됐다"면서 "오히려 직선적인 움직임이 많은 호주의 스타일을 상대로는 한국이 더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김대길 KBS해설위원도 한국의 체력적 열세를 집요하게 파고들 호주의 전술적 움직임에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은 자신들이 어떤 부분에서 유리한지를 잘 분석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지도자"라면서 "호주가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해서 체력적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막판에 우리가 지칠 때를 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체력적으로 떨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극복하느냐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태극전사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최근의 좋은 흐름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사우디전 승리는) 100경기 중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졌고, 조규성, 황희찬, 조현우 등도 몸이 더 가벼워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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