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리 듣던 아들이 엄마 살해" 3년 도피 끝→사형 집행…중국 '발칵'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2. 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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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죽였다"며 대륙 공분케 한 우셰위, 체포 5년째 해에 사형 집행
우셰위 2심 현장. 가운데 등진 이가 우셰위다. /사진=푸저우중급법원

우셰위(吳施佑)는 1994년 태어났다. 아버지 우쥐잔은 국영기업 간부였고 어머니 셰티안친은 중학교 교사였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천재라고 불린 우셰위는 집안의 자랑이었다. 아버지는 생전 우셰위를 데리고 자주 호수에 놀러가곤 했지만 어머니는 엄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내가 공부를 잘 해야 엄마의 자존심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셰위의 가정은 우셰위가 중학생 시절이던 2010년 아버지가 간암으로 죽으며 균열하기 시작했다. 우셰위는 "아버지의 사망은 나를 너무나 짜증나게 했고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버지가 없는 가족은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모자는 모친의 직장인 푸저우 교직원 기숙사로 이사했다. 생업을 떠안은 어머니는 늘 바빴고 한층 엄해졌다. 우셰위의 학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아빠 얘기를 일절 하지 못하게 했다. 우셰위가 어머니를 웃게 할 수 있는 방법은 1등 성적표를 내미는 것뿐이었다.

우셰위는 점점 고립됐다. 선생님들은 거의 모든 시험에서 1등을 하는 우셰위를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인 학생"으로 기억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는 전혀 달랐다. 학창시절 앓았던 피부병으로 목에 큰 검은 점이 있는 그를 친구들은 '부정한 인간'이라고 부르며 따돌렸다. 우셰위는 "학교생활이 어렵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엄마와 상의하지 않고 혼자 울었다"고 했다.

우셰위는 신입생 중 3대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북경대에 입학했다. 그럼에도 늘 불행했다. 아버지처럼 언젠가 본인도 죽게될 거라고 생각한 우셰위는 자살을 결심하고 고층빌딩 투신 등을 시도했지만 관리인의 제지 등으로 실패했다. 재차 자살을 결심한 우셰위는 끔찍한 결정을 한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어머니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이었다.

죽으려 했다는 그의 진술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범행을 결정한 우셰위는 칼과 범죄도구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면서 10개가 넘는 신분증을 확보해 은둔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이 과정을 마치 추리나 수학적 모델을 완성하는 데 비유하기도 했다.

그 해 7월 10일 우셰위는 졸업식(중국 가을학기 졸업)을 마치고 돌아와 신발을 벗던 어머니 셰티안친을 아령과 덤벨막대로 잔인하게 때려 죽였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곧바로 따라 죽을 계획이었지만 낭자하는 피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진술했다. 이후 행적을 보면 역시 가증스러운 거짓말이다. 그는 모친의 시신을 시트와 플라스틱 필름, 활성탄가방, 냉장고 탈취제 등으로 겹겹이 쌌다. 무려 75겹이었다.

열흘간 시신과 함께 지낸 그는 7월 21일 도피 행각을 시작했다. 우선 모친의 손글씨를 모방해 사직서를 위조, 모친이 근무하던 학교에 우편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모친이 본인의 미국 유학길에 동행했으며 생활비와 등록금, 재원등록 등이 필요하다'며 친구와 친척들에게 연락을 돌려 모두 144만위안(약 2억7000만원)을 입금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신분증을 여러 개 구입했다. 영화에서처럼 여러 사람의 신분으로 숨어살려고 했다. 그런데 2016년 2월 기숙사에서 모친의 사체 미라가 발견됐다. 푸저우 경찰은 즉시 현상금을 내걸고 유력한 용의자인 아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우셰위의 도피는 무려 3년간이나 계속됐다. CCTV 천국인 중국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도피 행각이었다. 그러나 천재의 설계와 실제 범죄자의 삶은 전혀 달랐다. 우셰위는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신분을 제대로 밝힐 수 없으니 돈을 벌 길이 없었다.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며 일했고 늘상 폭력에 노출됐다. 가족들에게 사기로 얻어낸 144만위안 중 약 60만위안은 복권을 샀지만 당연히 당첨은 없었다.

우셰위는 2019년 충칭의 한 공장에서 체포됐다. 2021년 첫 판결과 2023년 항소심에서 모두 존속살해, 사기 등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재판 과정에서 우셰위는 범행 후 피를 닦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에 대한 재판부의 추궁에 "아빠가 깨끗한걸 좋아해서 그랬다"고 답했다. 푸저우 중급법원은 우셰위에 대한 사형이 지난달 31일 오전 일찍 집행됐다고 1일 밝혔다. 우셰위는 마지막으로 가족과 친지를 만나라는 법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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