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직원이 히타치에서 부업한다…日 대기업의 특이한 실험
일본을 대표하는 IT(정보기술) 분야 대기업인 소니그룹과 히타치제작소가 ‘상호 부업(副業)’이라는 특이한 실험을 시작한다. 자사의 정직원이 상대방 회사에서 일정 시간 근무하며 추가로 돈을 벌고, 직무 경험도 쌓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소니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일주일에 한 번 히타치로 출근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식이다. 경쟁 업체에서의 근무 경험을 통해 인적 역량을 확대하고, 이를 자사의 혁신으로 삼으려는 색다른 시도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와 히타치는 올해 실험적으로 ‘상호 교차 부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대상자는 소속 회사에서 동일한 시간을 근무하며 전과 똑같은 급여가 지급된다. 여기에 부업으로 주당 3시간 정도 상대 회사에서 일하고 추가 급여를 받는다. 일단 3개월간 소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본격 도입 및 확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부업에서 거둔 업무 성과는 자사의 인사고과나 처우와는 무관하다. 말 그대로 부업일 뿐이다.
소니 측에선 일렉트로닉스(전자)와 반도체 신규 사업 부문에 히타치의 엔지니어와 사업 기획자를 받을 예정이다. 메타버스(가상 공간)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 AI와 이미지 센서를 연계한 제품 개발 등 2개 분야다. 히타치 측에선 소니의 개발자에게 AI·메타버스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하는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단순히 기존 팀을 보조하는 업무가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 같은 실험이 확산하고 있다. 기린홀딩스, 메이지홀딩스, 일본담배산업 등 27사가 지난달부터 단계적으로 상호 부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주 1회 온라인을 통한 상호 근무 형태로 진행하는 회사가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호 부업하는) 회사들은 소속 직원에게 자사가 다루지 않는 분야의 일을 경험하게 해 기술과 시야를 넓혀주려는 것”이라며 “외부의 인력을 활용해 자사의 혁신을 창출해보려는 기대도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의 인재 육성은 연수와 직장 내 훈련(OJT) 위주였지만 AI 보급 등으로 산업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 기존 방식만으로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경제 단체 게이단렌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 기업의 50% 정도가 직원의 부업을 허용하고 있으며, 20%는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다른 기업의 직원에게 부업 일자리를 주고 있는 기업은 20% 미만인 상황이다. 일본 기업 정직원의 부업 활용률은 7%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상호 부업’이 본격 확대되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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