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 장기휴전 압박…"이스라엘 군사작전 둔화 포석"
아랍 당국자 "이견 크지만 해결되면 일주일∼열흘 안에 합의 가능"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6주 일시 휴전안을 놓고 협상 중인 가운데 미국이 이를 토대로 이스라엘 군사 작전을 약화해 장기 휴전을 꾀하고자 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협상 상황에 정통한 미국과 아랍국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측 협상단이 6주 휴전을 통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추진력을 늦추고 더 지속적 휴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들 당국자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끄는 미국 측 협상단은 장기간 휴전이 이뤄진 뒤에 이스라엘이 현재와 같은 고강도 군사 작전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모든 인질이 석방된 이후에는 가자지구 공습과 같은 주요 군사작전을 제한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방안을 이스라엘이 고려하고 있다고 다른 중재국 측에 말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실제로 이런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지난달 미국의 요청에 따라 가자지구 전쟁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자지구 중남부를 중심으로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지난 28∼29일 프랑스 파리 회의를 통해 제안한 휴전 협상안은 더 장기적인 휴전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어 이견을 좁히고, 나아가 분쟁을 종식시키려는 중재국들의 의도를 반영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WSJ이 입수한 휴전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로 이스라엘이 6주간 무인기 감시를 포함한 모든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하마스는 고령자, 어린이, 환자 등 민간인 인질을 석방한다. 이 기간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구호물자도 모든 지역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서면 휴전이 유지되는 동안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군을 석방하게 된다. 인도적 지원 규모가 커지고 병원과 수도시설, 빵집 등 생필품 판매점 운영이 보장된다.
휴전이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하마스는 남성 군인을 석방하고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돌려보낸다.
WSJ은 이 세 번째 단계가 가장 위태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들이 소수 인질을 협상 카드로 계속 붙잡아두거나 '인간 방패'로 쓸 가능성이 있고, 이스라엘 역시 팔레스타인 유력인사 수감자 석방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총리실 고문 출신으로 과거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 관여했던 다니엘 레비는 이 방안대로 휴전이 이어진다면 "네타냐후가 전쟁 종식과 값비싼 석방에 동의하더라도 그 정치적 악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당국자들은 이 협상안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이견이 확고해 타결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이견 등 장애물이 해소된다면 일주일에서 열흘 이내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앞서 전쟁을 끝내는 조건으로만 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수천명의 테러범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은 그가 정권 연장을 우선시해 중요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주요 아랍국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통치권을 갖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독립 국가를 수립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연정에 참여한 극우세력은 이에 반대하며 가자지구 재점령과 재정착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은 네타냐후 총리에게서 급격히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군사·정보기관에 몸담았던 전직 고위 관리 43명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에 매달려 공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면서 총리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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