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고령화에 성장 격차…우리나라도 저출산 해결해야"

한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결정된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 모습. 성수공고는 휘경공고로 통폐합되고, 이 부지는 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건립된다. 2024.01.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과 유럽의 기술 혁신과 고령화 등의 구조적 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성장률 격차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와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은행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BOK 이슈노트'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김민수 과장과 진형태 조사역, 정다혜 조사역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팬데믹 이후 성장률 격차가 확대된 것은 재정 정책과 에너지 가격 충격 및 교역 부진의 영향이 양 경제권에서 상이하게 나타난 데 기인한다고 짚었다.

재정정책으로는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소비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양호한 회복세를 견인했지만, 유로 지역은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쳐 소비 여력이 제한됐다.

에너지 가격 충격에서는 유로 지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러·우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수급 차질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수익성 감소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기가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교역에서도 무역 개방도가 높은 유로 지역은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둔화 효과가 미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경기 부진, 러시아와의 교역 감소 등에 영향받았다.

보고서는 단기적 요인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성장률 격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차별화된 성장을 지속시키는 생산성과 노동력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상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 등을 바탕으로 혁신적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AI(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등 첨단 부문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고, 이민자들의 지식전파와 역동성도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유로 지역은 첨단산업보다는 관광업 및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아울러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저숙련 인력이 이민자 유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 부문에서도 유로 지역의 빠른 고령화가 노동투입을 감소시켜 성장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2010~19년중 유로 지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연평균 0.1%씩 감소했지만, 미국은 연평균 0.5%씩 증가하며 대조를 보였다.

보고서는 앞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고 유로 지역은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률 격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구조적 여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성장률 격차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특히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라는 노동 투입 측면과 첨단 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라는 생산성 측면의 도전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수 과장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병행하여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는 한편,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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