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업계 지각 변동 코앞
일본 경쟁 당국(JFTC)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양 사 합병이 급물살을 탔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EC)은 긍정적인 평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미국 법무부(DOJ)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국내 항공업계는 경쟁 당국 승인 직후 발생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일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JFT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한·일 노선에 대한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승인을 통보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과 미국의 판단을 받아낸다는 목표였으나, 업계 예상보다 빨리 일본의 승인이 났다.
◇ 일본 노선 슬롯 포기하면 LCC 수혜?… 업계 “큰 영향 없을 것”
투자업계 등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일부 일본 노선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포기하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LCC 업계는 핵심 노선인 김포-하네다 노선은 양도 목록에 없어 실망하는 분위기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다른 도쿄 지역 공항인 나리타공항 대비 도심 접근성이 좋고 운항 거리가 짧아 수요가 높다.
현재 김포-하네다 노선은 대형항공사(FSC)와 일본 국적사인 JAL, ANA 등만 운항하고 있다. 하네다공항은 운수권이 필요하지만, 나리타공항은 2010년 항공 자유화 협정에 따라 운수권이 필요 없다.
한 LCC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알짜 노선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LCC 업계에서는 그간 FSC 독점으로 운항하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앞서 JFTC는 대한항공이 한·일 노선 7개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대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와 기타 진입 항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화물사업은 일본발 한국 노선을 한국 국적사와 공동 운항하기로 했다.
◇ 빨라진 합병 시계… 지각 변동 대비하는 항공업계
향후 EC과 DOJ의 최종 승인이 나오면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 이관 및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등 각 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두 회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은 통합 LCC로 새출발하게 된다. 세 항공사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총 54대로,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여객기 40대·화물기 2대)보다 많다. 업계 2위로 올라선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중·단거리 강자 자리를 놓고 제주항공과 통합 LCC 간의 경쟁이 예상된다.
합병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팔리지 않으면 EC는 조건부 승인을 철회하게 된다. 현재 국적 LCC와 화물사업자인 에어인천 등이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가용 현금을 따져보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 가격은 약 5000억원~7000억원이며, 인수 시 떠안아야 하는 부채도 약 1조원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유럽노선을 이관받는 것으로 알려진 티웨이항공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일할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장거리 확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노선 지점장을 맡을 항공업계 인사들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사실상 DOJ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복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두 항공사가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노선 화물·여객 사업에 대한 독점 우려를 제기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미주노선 13개 중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등 5개 노선을 국적사 에어프레미아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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