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쫄지 말자'는 이주명, 더 망가지고싶다는 이유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2. 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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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YG

배우 이주명이 올해 세운 목표는 '쫄지 말자'는 것이다. 전작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목표를 밝혔다. 생각보다 잘 쫄아 지금도 떨린다는 이주명이었지만, '더 망가지고 싶다'는 목표를 과감하게 밝히는 모습에서는 그 안에 숨겨둔 깊은 강인함이 느껴졌다.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 연출 김진우, 이하 '모래꽃')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인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주명은 오두식이라는 이름과 정체를 숨기고 거산군청 씨름단 관리팀장으로 내려온 오유경 역을 맡았다. '모래꽃' 최종회인 12회는 지난달 25일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이 미뤄졌다. 계획대로라면 모든 방송이 끝났을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주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일주일 늦게 방송된 '모래꽃'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오유경은 20년 전 사건의 진범을 밝혀냈고, 태백장사가 된 김백두와도 마음을 확인했다. 인터뷰 당시 결말에 대해 언급할 수 없었던 이주명은 "개인적으로 엔딩이 마음에 든다"며 소감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엔딩이 마음에 들어요. 저희 드라마는 화끈하게 보여줄 때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화끈하게 열린 결말 같아요.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촬영을 해서 따뜻하고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시청자분들이 그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려요."

경남권의 가상 도시 거산을 배경으로 한 '모래꽃'은 극 중 인물들이 사투리를 구사한다. 서울에서 내려왔지만 본래 거산 출신인 오유경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 출신의 이주명에게는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역할이었다. 이주명은 재미있는 대본과 더불어 사투리라는 무기를 보여주고 싶어 '모래꽃'을 택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매력적이라 그 안에 소속되어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씨름이라는 소재, 개개인의 서사와 캐릭터가 신선했거든요. 또 사투리라는 숨겨진 무기를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제가 한 번도 작품에서 사투리를 보여드린 적이 없었는데 한 번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두 가지가 합쳐졌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사진=YG

가족들과 대화할 때는 여전히 사투리가 나온다는 이주명이지만, 인터뷰를 할 때는 사투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서울사람'이 다 됐다. 거산 출신으로 서울로 상경한 오유경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주명은 오유경이라는 인물의 두 가지 모습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오유경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오유경이라는 인물이 두식이라는 캐릭터와 유경이라는 캐릭터가 나뉘었다고 생각했어요. 한 인물에서 두 가지 다른 모습이 나오면 보실 때 어색해하실 것 같아 두식이에게는 유경이를 묻히고 유경이에게는 두식이를 묻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두식이가 조금은 우악스럽고 괄괄한 면이 있어서 최대한 러블리하게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전작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인터뷰를 통해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밝힌 이주명은 '모래꽃'을 통해 그 소원을 이루게 됐다. 첫 로맨스 연기를 펼친 이주명 "로맨스가 쉽지 않다"면서도 또 다른 로맨스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로맨스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하는 거랑 시청자 입장에서 콩닥콩닥하는 게 다를 수도 있겠더라고요. 다각도로 연기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로맨스도 다양한 가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풋풋한 청춘의 로맨스를 해봤다면 다음에는 낭만적인 로맨스도 해보고 싶어요."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을 말했지만, 극 중 오유경과 김백두는 찰떡같은 케미를 자랑했다. 나아가 다양한 등장인물들과의 케미 역시 어우러졌다. 그리고 이주명이 '모래꽃'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도 이러한 진심이었다. 

"다 또래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 주는 관계였어요. 정말 옛날 친구처럼 시작했고 연기에도 잘 녹아났어요. 특히 백두(장동윤)는 순수하고 귀여워서 장난을 치면 타격감이 좋았어요. 대본도 좋고 감독님들도 잘 찍어주셔서 이런 케미만 잘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 것이 잘 나온 것 같아 저희도 깔깔 웃으면서 보게 됐어요."

/사진=YG

'모래꽃'이 이주명에게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첫 주연작이기 때문이다. 이주명은 "즐겁게 첫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첫 주연작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두근두근 떨리고, 여태껏 작품에서 봤던 선배님들처럼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어요. 현장에 가니 고민할수록 더 늪에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맡겼어요. 다 또래들의 배우들이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더라고요. 그래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즐겁게 첫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이주명이 계속해서 늪에 빠지게 된 건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볼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 탓이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한 일. 그러나 생각이 고민을 잡아먹으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이주명 역시 이렇게 주객전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는 전체를 보는 연습도 하고 있다. 

"한번 깊이 빠지면 끝을 봐야 나오는 성격이에요. 제가 저를 아니까 조금 딥해질 것 같으면 크게 보고 넓게 보려고 해요. 아니면 아예 다른 것을 하던가요. 한 가지에 쏠려 잘하고 싶다고 발버둥칠수록 오히려 어려워지더라고요. 제가 지향하는 연기도 편하게 하는 연기인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조금은 너무 매달리지 말고 전체를 보면서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1993년생 이주명은 2019년 KBS 2TV '국민 여러분!'으로 데뷔했다. 배우로서는 늦은 나이다. 다만, 데뷔 이후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명은 자신의 배우 활동을 되돌아보며 "잘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의 시점을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뒤돌아보면 '잘했지', '열심히 했지'가 나오는데 지금 잘하냐고 물어보면 '잘하고 있다'고 선뜻 말하기가 어려워요.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 당시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런 고민이 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잘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인데 조금 더 보완하고 싶은 게 있어요."

/사진=YG

이제 만으로 30세가 된 이주명은 30대의 자신에 대해 "내 얘기를 명확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됐다. 

"20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대에는 내 얘기를 명확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대에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헷갈릴 수 있는데, 나이가 주는 힘이 있지 않을까요? 특히 작년까지는 '하면 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복잡하고 마음이 잘 안 따를 때가 많은데 해보면 별거 아닌 게 많더라고요. 연기로서도, 제가 뚜렷하게 서지 않으면 캐릭터도 서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가닥이 잡혀야 시청자분들도 클리어하게 받아들이신다고 생각해요. 제가 확신이 없으면 연기할 때도 힘들 것 같아요. 제가 확신이 생기면 연기적으로 발전이 생길 것 같아요." 

또한, '더 망가지고 싶다'는 욕심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문자 그대로 망가지고 싶다는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고 편한 연기를 추구하기에 롤모델도 짐 캐리를 꼽아온 이주명다운 욕심이었다. 

"앞으로 더 망가지고 싶어요. 더 못생겨지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이 모습 저 모습 내면 저 밑에 있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어요.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다 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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