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차 마시지 말자’ 中 정보당국의 가시돋힌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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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에 쉽게 건네는 말 같지만 중국 내에서는 또 다른 은어로 사용된다.
범법행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부처에서 소환을 할 때 이같은 말로 조사대상자를 부르기 때문에 "국가기관과 차를 마신다"라는 말은 특정 혐의로 국가기관에 불려가는 상황에 관용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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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박준우 특파원
"같이 차 한잔 마시자"
친한 사이에 쉽게 건네는 말 같지만 중국 내에서는 또 다른 은어로 사용된다. 범법행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부처에서 소환을 할 때 이같은 말로 조사대상자를 부르기 때문에 "국가기관과 차를 마신다"라는 말은 특정 혐의로 국가기관에 불려가는 상황에 관용적으로 사용한다. 당사자가 결백하든 그렇지 않든, 국가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듣는 것은 결코 기분 좋거나 웃을 일만은 아니다.
중국의 정보당국인 국가보안국이 지난 1월 31일 공식 위챗(微信) 계정에 이 관용어를 인용한 ‘10가지 차를 국가기관과 함께 마시지 말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국가기관과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당국의 수사를 받기 위해 불려간다는 현지의 관용어. 국가안전부는 국가기관과 차를 마시게 될 10가지 행위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혐의자 △간첩 행위를 저지르거나 방조한 경우 △스파이에 대한 보안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국가 안보와 관련된 건설 프로젝트의 허가를 위반한 경우 △간첩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국가 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행위 △스파이 기기를 불법적으로 생산, 판매, 보유 또는 사용하는 행위 △대간첩 및 정보업무와 관련된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행위 △지정된 기간 내에 출국하라는 공식 명령을 위반한 경우 △간첩 행위 이외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꼽았다. 이 같은 행위를 해 당국에 불려오지 말라는 경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가안전부가 소개한 10가지 행위는 대부분 최근 시행한 반간첩법 개정안과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안은 기존 법령보다 간첩행위의 범위와 처벌 규정을 크게 확대했는데, 그 범위와 조항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중국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이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의대로 해당 법령을 해석,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그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내에서 제대로 업무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반간첩법 많은 중국 내 글로벌 기업실사업체들이 철수를 단행했고 많은 외국인들이 시행을 전후해 당국에 관련 법령 위반으로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10월 24일 같은 계정을 통해 "절대다수의 목소리는 중국의 정당한 입법 활동을 존중·지지하지만, 일부 오독(誤讀)이나 심지어 악의적인 공격이 있다"며 "외국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우려는 잘못된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올린 게시물은 반간첩법과 관련해 "언제든 당신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리는 것 같아 마냥 웃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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