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첩단 사건 재판부의 황당 행태[포럼]

2024. 2.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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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무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나라를 제1 적대국으로 공언하는 상황에서 최근 북한 간첩단 사건들 피고인들의 상투적인 재판지연 전술에 대한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대처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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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前 성균관대 교수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무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의 재판은 신속·정확하게 진실을 밝힘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모두의 인권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나라를 제1 적대국으로 공언하는 상황에서 최근 북한 간첩단 사건들 피고인들의 상투적인 재판지연 전술에 대한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대처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제주간첩단은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등이 캄보디아에서 북한노동당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반국가단체(ㅎㄱㅎ)를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기소된 후 재판 지연의 방편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그 배제 결정에 대해 항고 및 재항고했다. 대법원(주심 노태악)은 최초 신청 후 7개월가량이 지난 다음에야 최종 기각결정을 했고 첫 공판은 기소 후 9개월 지난 다음에야 이뤄졌다.

재판부(재판장 진재경)는 그새 1심 구속기간 6개월이 다 돼 가자 피고인들을 보석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원하지 않는 전자팔찌 부착 의무를 면제해 주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겠다는 피고인을 위해서는 주거지 제한도 일시 해제해 줬다. 애초에 증거인멸이나 도주 방지를 위해 구속한 게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항고나 재항고 절차는 변론을 거치지 않고 항고 이유와 검사의 의견 진술만으로 판단하는 비교적 간단한 재판인데도 7개월 후에야 그 최종 결정이 나왔다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청주간첩단 사건의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해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고 국가기밀과 국내 정세를 탐지·보고한 혐의로 지난 2021년 9월 구속기소됐다. 이들도 국민참여재판 신청, 그 배제 결정에 대한 항고·재항고, 4차례 재판부 기피 신청, 잦은 변호인 교체 등의 재판지연 전술을 구사해 1심 재판을 무려 2년3개월 간이나 지연시켰다. 재판부는 그새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들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창원간첩단 사건의 피고인들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자주통일 민중전위’를 결성하고,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6년 넘게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하는 등의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3월에 구속기소됐다. 이들도 기소 후 관할이전 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법률심판 제청,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 등을 하며 1심 재판을 지연시켰다. 재판부는 그동안 고작 2회 공판을 진행하고는 지난해 12월에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들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외국의 경우, 재판이 시작된 후에는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한 재판기간이 길어지더라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함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에 유례없이 1심 구속기간을 6개월로 제한한 우리 형사소송법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는 적어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단 사건의 경우만이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국익을 위해 집중심리 등 신속한 재판을 함으로써 구속기간 중 재판을 마치려는 재판부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前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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