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안에 ‘우리 당’ 바꾸기[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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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서시장에서 일주일 만에 20만 부가 팔린 책이 있다.
'How to change your wife in 30 days(30일 만에 당신의 아내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란 책이다.
수정한 책 제목은 'How to change your life in 30 days(30일 만에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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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서시장에서 일주일 만에 20만 부가 팔린 책이 있다. ‘How to change your wife in 30 days(30일 만에 당신의 아내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란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에 오타가 발생해 책을 전부 회수해 수정한 뒤 내놨는데 겨우 2권이 팔렸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수정한 책 제목은 ‘How to change your life in 30 days(30일 만에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wife’를 ‘life’로 철자 하나 바로잡았을 뿐인데 이 같은 차이가 난 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보다 남을 더 변화시키길 바라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올해 우리 정치가 꼭 이런 상황인 것 같다. 온통 ‘나’보다는 ‘남’을 변화시키는 데 가늠자가 맞춰져 있다. 대통령과 국회, 여와 야가 정면충돌하고 상대의 주장을 모두 거부하는 ‘비토크라시’에 빠져 있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고, 국회가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선전장으로 변질됐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가해진 테러가 극단의 정치 혐오에서 촉발됐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증오 정치 확산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이 대표는 최근 정치 테러의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돌렸다. 이 대표는 지난 31일 회견에서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을 벌인 결과 우리 사회는 더 극심하게 양극단으로 분열되고 있다”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치인 암살 테러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최근 봉합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도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고 변화시키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까지 했던 한 위원장을 자기정치 하는 사람으로 간주했던 것 같고, 한 위원장도 “당은 당, 정은 정의 일”을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향후 두 사람 간 공천 갈등은 여권의 최대 리스크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 중에 자주 인용되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말이 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마치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정치권은 반대로 ‘대인추상 지기춘풍(待人秋霜 持己春風)’을 해왔다. 이게 바로 ‘내로남불’이고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맞고 타인은 틀리다)’다.
총선이 70일도 남지 않았다. 만약 ‘70일 안에 상대 정당을 변화시키는 방법’ ‘70일 안에 우리 당을 변화시키는 방법’ 2권의 책 중에 어떤 책을 읽겠냐고 묻는다면 추측건대 한국 정치인들은 앞의 책을 더 많이 고를 것 같다. 자당의 혁신 노력을 다룬 책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고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네거티브 전략을 다룬 내용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혁신 경쟁이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고 한다. 혁신은 상대 당에도 요구하지만 자기 정당의 변화가 더 우선이다.
혁신 경쟁에 실패한 양대 정당을 대상으로 한 심판론이 분다면 제3지대가 총선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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